<촛불>국치일을 기억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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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늘이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지 83주년이 되는 국치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궁급합니다.』 29일 오후3시 서울서대문구현저동 독립공원.
국치일을 맞아 민족운동단체연합회원 1백여명이 독립공원에 모여민족정기 회복선언문을 낭독하며 『해방직후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못한 것이 오늘날 이땅에 팽배한 가치전도와 부정부패의 원천』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그러나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민들의 무관심한 시선에 익숙해진지 오래됐지만 조롱어린 눈길을 접할 때는 끌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단체회원들은 국가가 환수한 땅을 매국노 李完用의 후손이 되찾은 사실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서명작업을 벌이는등 시민들을 상대로 일제의 잔재청산을 위한 홍보작업을 벌여왔으나 갈수록 엷어져가는 민족의식을 느끼면서 맥이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날 회원들은 민족반역자에 대한 심판과 재산 몰수,독립유공자재심사,친일 전력자의 공직사퇴등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국치일을 맞은 시민들이 민족의 뼈아픈 과거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임정요인 5인의 유해봉환을 맞아 온국민이 기뻐하고 조선총독부를 헐기로 결정해「일제청산」을 외치던 것이 바로 어제일 아닙니까? 한달로 채 안됐는데 국립묘지 임정요인 묘역은 민망스러울 정도로 썰렁합니다.』 열띤 호소에도 호응하는 시민이 별로 없자 회원들은『우리의 주장이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하며 힘없이 탑골공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옮겼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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