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승'찍기 10년 사진전 여는 최형범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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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0년 넘게 장승에만 카메라 렌즈를 들여댔던 崔亨範씨(33.
주택은행 본점 행원).그가 그간 찍어둔 장승과 관련사진중 80여점을 선정,30일~9월4일「겨레의 얼굴 장승」이란 주제로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다.별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장 승 하나를 주제로 한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되는 사진작품들은 崔씨가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며 찾아내 필름에 담은 것들로 한 눈에 우리 장승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촬영작품은 나무장승(1부).돌장승(2부).장승제작및 祭儀(3부)편으로 구성돼 있으며『長』이라는 제목의 사 진집으로도 최근 출간됐다.
崔씨가 장승찍기라는 흔치않은 작업을 시작한 것은 서울예전 사진과 1학년을 마쳐가던 지난 81년 초.『사진은 기록이고,이왕이면 우리의 것을 찍어 남기고 싶었다』는 그는 대상을 물색하던중 80년 겨울 부여 무량사 입구에서 나무장승을 본다.『태어나서 처음 본 장승이었는데 그 때 전신이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집에 돌아와서도 장승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그는「장승에 홀려서」장승 사진을 찍게됐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장승사진을 찍느라 그 흔한 미팅이나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는 崔씨는 3년여의 군복무시절을 제외하곤 취직한 후에도 거의 모든 휴일.휴가를 장승 촬영에 할애했다.그가 어찌나장승찍기에 열성을 보이는지 친구들은『얼굴이 장승 을 닮아간다』고 농반진반으로 놀려댈 정도였다.장승을『무섭다』『괴기스럽다』고표현하는 것은 마음을 열고 장승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하루 종일 장승을 지켜본 적도 있다』는 그는『광선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장승의 표정이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고 말한다. 崔씨는 그간 돈도 안되는 장승찍기에 매달려 생계의 대부분을 동료행원이었던 아내에게 떠맡겨야 했던 것이 미안하단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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