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입제도 출발부터 “삐꺽”/사대들 본고사포기에 같은날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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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수학생 재수방지”당초취지 무색/대학선 상위권 학생유치·결원막기 고육책
새 대입제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당초 학교교육 정상화와 대학자율권 확대라는 차원에서 도입된 내신평가­수능시험­대학별고사의 축이 올초 각 대학들의 본고사를 무더기포기로 이미 무너진데 이어 일부 유명 사립대학들이 서울대와 같은날에 본고사 또는 면접시험을 치르기로 해 이번 입시부터 도입된 「복수지원제」도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대가 입시일정 등 대략적인 전형요강을 밝힌 27일 연세대·고려대 및 본고사없이 수능시험 성적으로만 전형하는 한양대·경희대·이화여대 등도 서울대와 같은 내년 1월7일을 전후해 신입생 전형을 실시키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 스스로 포기
이같은 입시일 중복은 여타대학들도 우수학생 유치와 입시업무 부담 등을 내세워 공동보조를 취할것이 전망돼 교육부가 『수험생들에게 대학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고,성적이 좋으면서도 재수하게 되는 폐단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복수지원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관계자는 『서울대 등과 입시일을 달리할 경우 2중합격생이 상위권대학을 선택,우수학생 유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신입생 전형에서 연쇄적으로 결원사태가 빚어져 추가전형의 부담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여하튼 『대학자율화의 전제인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겠다』며 실시한 새 대입제도는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본고사를 포기하고 입시일도 중복시키는 등 스스로 자율권을 포기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이와함께 각 대학들의 본고사 무더기 포기사태는 인문·자연계의 교차지원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와 수학능력시험의 학력고사화를 초래했다.
교육부는 당초 대학별 고사가 입시의 한 축으로 설정돼있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겨냥한 내신평가와 수학능력시험은 변별력에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1백40개 대학중 본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서울대 등 9개대학으로 대폭 줄어들고 나머지 대학은 수능성적으로만 선발키로 하자 동점자 무더기 배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했고,이를 해결하기위해 변별력제고가 필요하게 됐다.
○대폭손질 불가피
이에따라 교육부는 부랴부랴 종전 1,2점의 배점에서 0.8,1,1.2,2점의 네단계 점수 자동화를 시도,결과적으로 『순수하게 대학수학능력만을 측정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수능시험이 인문·자연계가 구분되지 않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자연계 학생의 인문계로의 역류현상마저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
교육부는 현재 교차지원을 막기위해 동일계 가산점 부여 또는 타계열지원때 감점제를 각 대학에 유도하고 있지만 재수생 및 공업·상업계 등 실업계출신 수험생들에 대한 처리기준을 세우기 힘들어 고심하고 있다.
또한 내신평가에 올부터 도입한 「행동발달상황」의 점수화는 학교 내외에서의 일상생활을 계량화한다는 지적속에 과거 체력장과 마찬가지로 95% 이상이 만점을 받을 것으로 집계돼 실효성에 강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자율이라는 구호속에 도입된 새 대입제도는 도입 첫해부터 근본적인 문제점이 발생해 대폭 손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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