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하 흉작」 북·일·중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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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쌀수확 북 10% 길림성은 20% 줄듯/미선 폭우피해… 콩값 벌써 18% 올라/「쌀개방불가」 일과 보조 깨질까 걱정
13년만에 닥친 이상 저온현상으로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일본·중국까지 심각한 냉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동북아지역 전체의 쌀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 중서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해 옥수수·콩 등 일부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아 전세계 곡물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6%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수입 부담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우선 동북아지역 쌀 생산량을 보면 앞으로의 일조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남한이 3백만섬 가량 생산 감소가 예상되고 있고 북한은 우리보다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당국은 국내·대외방송 등을 통해 「풍작」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민심 수습용 발표일뿐 쌀 생산이 평년보다 10%이 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역시 길림성 등 북방지역의 벼가 냉해를 입었다.
중국측 피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김태수 농림수산부차관은 『최근 길림성을 다녀온 관계자의 보고를 들어보면 북동지역 수확량이 평년보다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북아국가중 우리나라는 쌀 재고가 1천2백40만섬(10월말 현재 예상량)이나 돼 수입할 필요가 전혀 없으나 북한·일본·중국 등은 수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내년에 쌀을 수입할 경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시장 「개방불가」를 외쳐온 한일 두 나라의 공동전선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냉해와 같은 이상현상이 2∼3년만 계속되면 외국의 압력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부족분을 사와야할지로 모른다.
한편 올해 전세계 곡물 작황을 보면 지난해보다 2.6% 줄어든 18억3천1백만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미국 농무성 추정).
옥수수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미국만 21.7%,전세계적으로는 9.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콩은 미국만 13.4%,전세계는 4.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생산량 감소로 미국 시카고 곡물선물시장에서는 최근 콩값이 t당 2백61달러로 지난해 평균가격(2백21달러)보다 18.1%나 올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8억6천달러어치의 곡물을 들여왔는데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부담이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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