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우리경제 재도약 호기다/1달러당 100엔 시대(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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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시적 수출증대 만족은 소탐대실/외국기업 투자유치 획기적 조치를
금융실명제 문제로 온 나라가 골몰하고 있는 동안 바깥 세상은 달러당 1백엔이 현실로 되어 이에따른 대책으로 영일이 없는 실정이다.
「1백엔시대」의 도래는 그간 동남아 등의 저임과 선진국의 첨단기술 틈에 끼여 고전하여온 우리 경제에 잘만하면 「첨단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따름이다.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의 대응에 달려있다.
일본이 국내 수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에의 수출 길이 넓어질 것이다. 또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도 우리가 파고들 유리한 「틈새」가 생길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장의 수출증대 효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또한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큰 전자·기계 등의 경우에도 당장 원가상승의 고통이 따르지만 동시에 수입대체 노력이 가속화하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다. 그러나 산업에 따라 천차만별인 단기적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희일우할 일은 아니다.
단기적 수출입 동향에 주로 얽매이다 보면 지난 85년이후의 1차 엔고 때의 잘못을 이번에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경쟁력을 잃은 일본 제품의 자리를 우리가 차지함에 따라 수출이 크게 늘고 국제수지가 흑자를 실현하였다. 우리는 사상 초유의 흑자에 도취되어 장기적 안목에 의한 대책을 게을리하였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해외로 이전하는 일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는 커녕 흑자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를 오히려 권장하였고,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던 기업들이 철수해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본은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동남아 등지와의 연계 생산체제 구축과 국내에서의 과감한 자동화 추진 등으로 이를 2∼3년 안에 극복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해외로 진출하는 일본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노력을 경주해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일본기업의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한일간의 경협관계가 경제원칙에 따르는 정상적인 것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8월초순에 경제와 관련되는 대일정책을 전환했다. 무역 불균형이나 기술이전과 같은 해묵은 문제에 대하여 「경제원칙」과 민간기업들의 「이윤추구」를 기본으로 해 해결하기로 하였다. 일본에 대한 차별대우를 완화하고 또 일방적으로 특별한 조치를 요구하는 자세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환도 방침일 뿐 실시는 단계적으로 하는 등 정상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일간에 미래지향적인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총론과 각론이 일치하는 실제행동이 있어야 한다. 대일수입 억제로 얻은 효과보다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신뢰형성 쪽이 훨씬 값진 것이다.
이러한 투자유치를 위해 무엇보다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기업활동에 대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 자유지역」을 건설하는 방안이 정부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공단 안에 수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는 투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광역 행정구역 단위로 투자유치지역을 설정하는 쪽이 더 융통성이 있다.
또 실질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면에서 행정구역 전체를 대상지역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가령 일본에 투자유치단을 보낼 경우에도 지방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환경을 주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전남·북과 광주를 자유지역으로 하는 것은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 재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관행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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