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명의/소액차명예금(「차명계좌의 실명전환」 궁금증풀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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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금주 명의로 찾으면 증여세 면제/5천만원 초과땐 「편법실명」쓸수도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이후 가족·친지 등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에 대한 문의가 관계당국·금융기관·언론상에 빗발치고 있다. 이는 실명전환 대상이 되는 가명·차명·도명계좌중 차명계좌 소유자가 대부분 실명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이고 이해관계인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가족·친지 등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에 관한 의문점과 세금문제를 두 차례에 나눠 알아본다.<편집자 주>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차명계좌는 전체 예금계좌의 7∼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1,2금융권을 합친 우리나라의 총 예금계좌수는 1억6천만개이므로 차명계좌는 줄잡아 1천1백만∼1천6백만개에 달하는 것이다.
과천 정부청사내 실명제 실시단에 설치된 다섯대의 전화에 하루 종일 걸려오는 문의전화중 절반이상이 이들 차명계좌 소유자들의 「상담성」 질문이다.
○서민 「정서」 고려
이처럼 「차명 신드롬」이 벌어지고 있는 거은 무엇보다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바꿀 경우 이자소득세를 받아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 예금자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실명제 긴급명령은 비실명예금을 실명으로 전환할 때 일반 저축의 경우 그동안 적용받은 21.5%의 이자소득세율(주민세 포함) 대신 가명예금 세율(64.5%)을 적용,최고 5년의 세율차액을 소급해 환수하도록 하고있다.
세금우대저축에는 5% 대신 21.5%의 이자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세금우대저축에 대한 원칙대로 64.5%의 비실명 이자소득세율을 적용하지않고 일반저축 세율로 낮게 잡은것은 이들 저축 가입자가 「큰손」이 안고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의 이름을 빌린 중산층이기 때문이다.
일반저축 가입자와의 형평에는 문제가 있지만 서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세금우대 저축이라도 실소유자의 이름으로 통장이 개설돼있지 않으면 차명의 실명전환때 이자소득세를 다음달 10일 납세기한까지 예외없이 내야한다. 문제는 액수가 적은 이자소득세보다 증여세와 상속세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차명계좌는 소유자가 누구든 실명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실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긴급명령에도 차명계좌라는 말을 쓰지않고 비실명계좌라는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을 소유권의 이동으로 보고있다. 증여세 등의 문제는 따라서 실명제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세법에서 따질 문제인 것이다.
긴급명령에는 가족명의의 예금을 실명으로 전]하라,또는 하지 말라는 구체적 지침을 담고있지 않은데 이는 실명전환 여부는 예금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언뜻 무책임하게 보이는 어정쩡한 기준을 만든 것은 실명전환을 이용해 사전상속·증여되는 행위를 막기위한 것이다.
○사전상속 방지뜻
또 친지와 제3자의 이름을 빌린 경우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수도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이 해결해야할 민사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증여세는 어떤 경우에 물게 될까.
현행세법은 20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금액이 1천5백만원을 초과할 경우 증여세를 추징하도록 돼있다. 20세이상 30세미만은 3천만원,30세이상은 5천만원을 넘으면 증여세 부과대상이다.
따라서 명의를 전환할때 소득이 분명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소득이 없는 부녀자나 미성년자의 경우 증여세를 물게될 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따져보고 실명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예금을 실소유자 이름으로 바꾸는게 실명제의 근본취지지만 실제로는 예금액이 증여세를 물지않는 범위라면 실명전환을 하지않아도 상관없다.
예컨대 이자소득세를 덜물기위해 가족이나 친지 이름으로 1천2백만∼1천5백만원 이하의 비과세 소액저축에 가입했다면 소유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경우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대여자 이름으로 실명확인했다가 나중에 찾으면 그만이다.
다만 금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누구 이름으로 바꾸든 국세청의 세무관행에 따라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명전환을 기간내에 하지않을 경우 나중에 최고 60%의 과징금은 물론 96.75%의 이자소득세를 물게된다.
실소유자가 아닌 현명의자 이름으로 실명화,나중에 돈을 인출하는 행위는 분명 위법행위이지만 1천만개를 훨씬 넘는 차명계좌를 모두 뒤질 행정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수 있다.
○색출인력 모자라
가족명의 차명계좌에 대한 지침을 정부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는 것도 자칫하면 정부가 「탈세요령」을 가르쳐줘 탈법을 조장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명의 실명전환은 본인들이 세법과 긴급명령의 조항을 검토해 원칙대로 세금을 물지,또는 편법을 동원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회에는 증여·상속세에 관한 구체적 세법과 세정을 풀이할 예정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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