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취임후 돈받아 위법시비/이 비서관 과다수임료 뭐가 말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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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식소송 제기이전에 받아 물의
변호사 출신인 청와대 이충범 사정1비서관이 (주)청구주택과 입주자들간에 발생한 민사분쟁에 개입,1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거액을 챙긴 경위와 돈의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비서관은 변호사 수임료 명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액수가 지나치게 많고 ▲정식으로 소송이 제기되기도 전에 돈을 받은데다 ▲공직에 취임한뒤에는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사정비서관에 임명된뒤 돈을 받아 도덕성에 먹칠을 했음은 물론 위법시비까지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주)청구가 서울 방학3동에 건설한 아파트 입주자들과 이 비서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해 5월.
당시 서울북부지청이 입주를 마친 전체 9백78가구중 12개 직장주택조합이 무자격 조합원 등으로 이루어진 유령조합임을 밝혀내 해당조합원 3백41가구를 주택건설촉진법 위반혐의로 약식기소하자 이 가운데 2백10가구 주민들이 이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부터였다. 이때 2백10가구 주민들은 1백만원씩 거둬 모두 2억1천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급했으나 이들을 포함한 3백41가구는 4백만원∼1천만원씩의 벌금부과 판결을 받았다.
벌금을 부과받은 입주민들은 건설업체인 (주)청구가 87년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입주민」임을 증명하는 인우보증을 서줘 딱지를 구입했고 (주)청구가 분양가를 과다계상했다고 주장,재판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보상과 납부한 벌금과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승소할 경우 50%를 주기로 약정하고 이씨를 변호인으로 다시 선임했다.
이 변호사가 청와대비서관에 내정되고 주민들이 「소송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주)청구는 3백41가구 주민들과의 합의금 명목으로 올 5월26일 20억원을 지급해 정식소송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돈을 수령한 소송대책위대표 4명은 5월말 합의금의 50%인 10억원을 이씨에게 변호사수임료 명목으로 주고 1억원은 자신들의 활동비로 사용한뒤 나머지 9억원을 변호사 선임에 참여한 2백10명에게 3백63만원씩,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1백31명에게는 1백만원씩 차등지급했다.
이에따라 주민들은 합의 보상금을 차등 분배한 소송대책위대표 4명을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6월24일 이 비서관에게 돈을 받은 근거를 밝혀달라는 질의서를 보냈고 주민대표 5명은 해명을 듣기위해 7월9일 청와대를 찾아갔으나 이씨가 만나기를 거절했다.
이씨는 이에대해 『이 사건에 대한 수임계약은 지난해 6월 체결했지만 11월 일이 바빠 이후 사건처리는 동료변호사가 맡았으며 수임료 10억원은 정상적인 계약에 의해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으나 너무 액수가 많아 4억원을 되돌려주었다』고 말하고 있다.<김석기·이철희기자>
◎이충범비서관은 누구인가/대선때 공로로 공직자 「암행어사」 노릇
이충범비서관은 충북태생으로 중대부고·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 사법시험 27회에 합격해 8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뒤 판·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변호사와 동시에 「정해복지연구원」를 만들어 무료법률상담·영세민을 위한 무료 탁아소를 운영했다.
이같은 그의 활동이 당시 김영삼 민주당총재에게 알려졌고 3당 합당이후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을 위한 정책 자문그룹 「영 소사이어티 그룹」(YSG)을 결성,YS정권 출범을 도왔다. 소장 학자들로 구성된 YSG의 리더로서 그는 대선공약·취임준비 등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 대통령은 그 공과 역량을 높이 평가,공직자의 상벌을 총괄하는 민정비서실의 사정담당비서관(3급)에 발탁했다. 사정 1비서관자리는 장·차관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벌벌떠는」 자리. 김 대통령의 「분신」처럼 인식된데다 공직자들의 복무 동태를 파악,인사에 반영하는 「암행어사」역을 맡아 그는 새 정부의 개혁태풍을 업으로 승승장구했다.
얼마전에는 주요 해외공판의 업무실태를 파악키 위한 암행 감찰반을 지휘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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