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눈앞에 둔 일 경제(1달러 100엔시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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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장개방·내수확대등 서두를듯/올 GNP 전년비 1%성장 그쳐
그칠줄 모르는 엔고행진이 마침내 달러당 1백엔의 마지노선을 곧 돌파할 기세다. 직상승하는 엔화는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그것이 국제경제에 미칠 파고는 얼마나 높을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국제경제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1백엔시대의 파장과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1달러=1백엔시대가 드디어 다가왔다. 엔화가 지난 72년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뀐지 20년만에 엔화의 대달러 교환가가 1달러당 3백60엔에서 1백엔대로 접어들었다. 1백엔시대는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었던 지금까지의 폐쇄적인 경제구조를 근본부터 뜯어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다.
정치개혁을 내걸고 이제 막 발족한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정권은 거품경제 붕괴에 의한 불황극복과 구조조정이라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큰 시련을 맞게됐다.
급격한 엔고에 의한 불황과 실업증가는 새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다. 새 정권의 약한 지도력으로는 엔고압력을 완화하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시장개방과 구조개혁,내수확대 등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전기 등 일본의 주종 수출 산업은 엔고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생산기지의 해외이전과 부품수입 등 엔고극복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수출기업의 상당수가 적자로 전락할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엔고를 완화하기위해 협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못본체 하고 있다.
엔화가치는 올들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반년간 20%이상 올랐다. 이는 지난 85년 9월22일 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고시절 반년간의 상승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엔고는 지난 71년 8월15일 미국 닉슨대통령의 금태환정지 선언으로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된후 시작된 1차파동에 이어 78년 미국 경상수지의 적자체질화로 인한 2차 엔고,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한 3차 엔고 이후 4번째 찾아온 것이다. 엔화는 지난 73년 변동환율제 이후 20년간 연평균 5%씩 올랐다.
이번 엔고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엔고유도로 비롯된 감이 농후하나 근본적인 원인은 냉전구조 붕괴에 따른 세계구조 변화에서 찾을수 있다. 과거 3차에 걸친 엔고와는 다르다. 일찍이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힘을 잃어 갈때 엔화는 독일 마르크와 함께 조정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독일은 냉전구조 붕괴로 통일되면서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하게 됐다. 유럽 외환시세의 환율조정장치(ERM) 변동폭확대 등 유럽통화불안으로 투기자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방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엔화 이외에는 자금이 갈데가 없다.
빌 클린턴 미 정권은 세계적인 불황과 고용감소 원인중의 하나가 일본의 생산과잉과 내수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시장개방과 수요확대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를 원하나 일본이 이에 응하지 않자 차선책으로 엔고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엔고는 단기적으로 기업 마인드를 냉각시켜 내수침체와 수입감소를 유발,흑자을 더욱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엔고압력은 계속돼 달러당 1백엔대가 무너질수도 있다. 엔화가 달러당 1백엔에서 정착될 경우 93년도 일본의 실질 국민총생산(GNP)은 전년도보다 1.0% 증가하는데 그친다는 추산결과(대화은행종합연구소)가 나올 정도로 일본의 경기침체는 금년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소카와정부는 우선 당장 전력·가스요금,맥류가격인하 등 환차익을 소비자에게 환원시키는 한편 내수와 수입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정부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 개선 검토 등 엔고대책에 나섰다. 또 엔고완화와 경기대책을 위한 일본은행의 재할인율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일 정부는 제2의 마에카와(전천춘웅) 리포트(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입장에서 내수주도형 경제로 이를 전환,흑자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86년 만들었던 보고서) 작성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이제 종전과 다른 새 영역에 들어갔다.<동경=이석구특파원>
□엔고의 역사
1달러=3백60엔(49.4.23):45년 12월17일 발효된 브레튼우즈협정에 따라 고정환율 설정.
1달러=3백8엔(71.12.20):71년 8월 닉슨대통령이 달러와 금 교환정지·같은해 12월18일 스미소니언협정으로 엔고.
1달러=3백엔(77.12.14):엔화 변동환율제 채택. 1달러=2백71.20엔.
1달런=2백50엔(77.10.28):73년 10월 제1차 오일쇼크를 일본경제극복. 무역흑자 확대로 인해 엔고.
1달러=2백엔(78.7.24):78년 10월 1백75.50엔 까지 급등. 11월 카터대통령 달러 방어책 발표.
1달러=1백50엔(87.1.19):85년 9월 플라자합의(달러고 시정)을 계기로 엔화 급상승. 87년 2월 루블합의(외환시장 안정)후에도 엔고 계속.
1달러=1백30엔(87.12.11):87년 10월 블랙먼데이로 달러신임저하 88년 1월 1백20.45엔까지 상승.
1달러=1백10엔(93.4.21):93년 1월 클린턴 대통령취임. 4월 미·일 정상회담서 엔고용인 발언.
1달러=1백1.25엔(93.9.16):소호카와 신정권 무역흑자 삭감구체안 불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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