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영세민 자녀 "공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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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주시 서구청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저소득층의 자녀들에게 과외 공부와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달 27일 광주시 서구청내 구민생활관에 문을 연 청소년 공부방은 남녀 중학교 1년생 1백명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씩 영어·수학·한문 과목을 무료로 특별 지도하고 있으며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박연휴씨(63·한문)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3명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 공부방은 당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과외 공부를 하거나 사설 학원에 갈 수 없는 저소득 가정 자녀들을 위해 마련됐지만 에어컨이 가동되는 등 학습 여건이 좋아 중산층 자녀들까지 찾아와 구청에서 무료로 나눠준 참고서로 공부하고 있다.
담당공무원들은 매일 출석 여부를 일일이 점검해 결석 학생은 전화로 부모에게 알려 주는가 하면 매주 금요일은 수업 후 2시간 동안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김 동호 체육청소년 계장(44)은 『수업시간 외에도 강의실을 개방하고 에어컨을 틀어 주다 보니 미리 오거나 남아서 자습하는가 하면 구청 새마을 문고에서 책을 빌려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공부방 운영으로 특히 생활고로 자녀들에게 가정교사 지도나 학원 수강을 시키지 못하고 집이 비좁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파해 온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학생보다 더 고마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학 때마다 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해온 광주시 서 구청은 지난 2일부터는 3주간의 일정으로 저소득층 중·고생 자녀를 위한 무료 전산교실을 개설, 30명을 10명씩 3개조로 나눠 하루 2시간씩 컴퓨터 운영체제(MS-DOS)와 워드프로세서 조작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강사 박미희씨(29·기획감사실 근무)는 『컴퓨터가 고가인데다 사설학원 수강료도 비싸 저소득층 자녀들은 접할 기회가 더욱 적어 열등감마저 느끼게 하는 분야다』며 이번 교육의 성과가 좋을 경우 앞으로 방학 때마다 계속 무료 전산교실이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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