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무드/미 전역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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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인들 “돈·일자리 잠식한다” 불만 고조/아시아계 급증… 「이민 추방법」 제정 주장
미국에 반이민 분위기가 팽배하고있다.
지난달 27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불법입국자들에 대한 신속한 추방 등을 골자로 한 이민정책 강화조치를 내린데 이어 이달 10일 「이민자의 천국」 캘리포이나주의 피트 윌슨주지사는 「밀입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 전역에서는 『유대인들과 함께 아시아·라틴계와 흑인들이 앵글로 색슨계의 미국을 망쳐놓고 있다』는 극우 백인우월주의가 판을 치며 반이민무드를 부추기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CNN,갤럽이 최근 공동으로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백인들의 66%가 이민자수 감축에 찬성하고 있으며 64%는 이민자가 미국경제에 해를 끼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2만달러이하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의 42%가 이민완전중지를 원하고 있고 이민자중에서도 이민 첫세대는 54%가 이미,이민 2세대는 61%가 이민감축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미 상무부의 「인종별 예상인구변화」라는 보고서는 미국거주 아시아계 인구가 57년후에는 미국전체 인구의 1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7월1일 현재 미국 전체인구 2억5천7백59만2천명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은 3.25%에 불과한 8백37만4천명이지만 2050년에는 4.5배 증가한 3천8백67만명으로,미국전체 인구의 10.13%를 차지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와스프(WASPS:미 사회를 지배하는 앵글로 색슨계 백인개신교도) 우위의 미국에서 이처럼 반이민 분위기가 팽배한 것은 지속되는 불경기가 이민자들때문이며 이 이민 온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이 몫을 가로채고 일자리는 빼앗아가고 있다고 믿는데서 나온다.
특히 황금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일자리는 줄고 이민은 쏟아져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90년이래 주전체실업률이 9.1%,로스앤젤레스 실업률이 9.6%로 전국 평균 7%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인구증가는 미 전체인구증가분의 27%나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 새로 정착한 주민의 90%가량이 이민자들이거나 그 후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같은 사람이 『왜 정부가 국민부담으로 불법이민에 대한 보상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신문광고를 내기도 한다.
클린턴대통령 역시 『인간화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미국인을 테러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기도했다.
극우주의자들은 한술 더뜬다. 네브라스카주의 나치즘 부활운동의 「새로운 질서」,백인의 성전을 주창하는 플로리다주의 「창조주의교회」,아이다호주의 「아리안국가들」,롱비치의 「제4제국 스킨헤드」 등 3백개정도의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은 80년대보다 90년대들어 소수민족 살해 등 이른바 「인종성전」을 떠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민은 소수민족들에 의해 백인들의 돈과 일자리와 삶의 방식을 침식당하고 있다고 믿어 이민족들을 「속죄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공화당 국회의원들은 불법이민자들을 추려낼 때까지 잠정적으로 합법이민도 중지하며 합법적인 이민자수도 실업율에 연계시키자는 주장까지 펴고있다.
이민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에는 이제 더이상 이민오고 싶어하는 수백만 사람들을 위한 자원이 고갈됐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등 오히려 인종차별을 받게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나 폭력단체를 막론하고 이민을 미국사회의 병폐요소로 간주하는 분위기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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