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식품 모두 해롭진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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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산성체질은 성인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등 중년건강의 적신호인 것으로 일반에 알려져 왔으나 이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애써 산을 중화하기 위해 이른바 알칼리성 식품만을 골라 먹는 등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지적이다.
연세대의대 김세규 교수(내과)는『콩팥에서 혈액을 걸러 내는 배설작용과 폐를 통한 호흡작용으로 인체 내 자율적인 산·알칼리균형은 다른 어떤 정밀화학장치보다 균일하게 잘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화학적으로 수소이온농도지수(PH) 7을 중성, 그 이상을 알칼리성, 그 이하를 산성이라 하는데 인체는 7.4정도를 늘 유지하므로 실제 정상인의 체질은 약알칼리성인 셈이다.
또 PH가 7이하이면 생존 불가능하므로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산성체질이란 애초부터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성식품이 무조건 해롭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것으로 정어리·꽁치 등 생선 류나 달걀·캐비아 등 알 종류 같은 고 핵산 식품은 그 속에 포함된 다량의 핵산이 젊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는 원료역할을 해 오히려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또 인체내 산·알칼리상태는 식품보다는 호흡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만성적으로 받게 되면 호흡을 주관하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자신도 모르게 얕고 빠른 숨을 쉬게 된다는 것. 이런 호흡방식은 외부의 산소는 충분히 공급되나 몸 안에 쌓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물과 결합해 탄산을 만들며 이것이 인체를 산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들이쉴 때 배가 나오고 내쉴 때 들어가는 복식호흡으로 천천히 길게 심호흡을 해주는 것이 신경의 안정은 물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인체가 약알칼리성인데 비해 피부는 PH가 5를 조금 넘는 약 산성을 띠고 있다. 그런데 비누가 알칼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예민한 이들에겐 비누세안 때 약간의 식초를 물에 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화여대의대 명기범 교수(피부과)는 비누세안을 자주 하는 것은 적당한 산성유지를 방해함은 물론 자칫 피부 위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유익한 기름 층들이 씻겨 내려가 오히려 해롭다』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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