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은행장들 “새 바람”/인사심의위 설치·고객서비스 더욱 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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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영 브리핑에 노조간부 초청 화합과시
「자율 은행장」들이 바삐 뛰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행장추천위라는 새로운 제도로 선임된 제일·서울 신탁·외환·보람은행장은 모두 50대 중반으로 「신세대」은행장이다. 이들은 「젊은」 은행장답게 새로운 의욕을 보이면서 전임은행장이 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물러난 공백을 딛고 두달여사이 은행분위기를 눈에 띄게 변화시키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철수행장 취임이후 「인사가 만사」라며 승진인사의 경우 승진대상자의 차상급자 6∼7명으로 비상설 인사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심의토록 했다.
이 은행은 또 외부교수와 차·과장급 실무자 10명으로 경영전략단을 만들어 2000년대 경영전략을 수립중이다.
행장 공백체제가 두달이 넘었던 서울신탁은행은 김영석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자 3개년 중기발전계획을 세워 김준협행장시절 껄끄러웠던 노사관계도 행장 스스로 노조원들과 어울려 대화하고 경영브리핑에 노조간부를 초청하는 등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대리·과장급 15명으로 구성된 「청년이사회」를 은행장 직속기구로 가동해 이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행장이 직접 챙긴다. 외환은행은 첫 자행출신으로 허준행장이 취임한 이래 실속있는 조용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거창하게 소리를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고객과 밀착하자는 운동으로 은행이 문을 연 이래 현찰매도율·현찰매입률 등과 같이 은행입장에서 무심코 써온 환율고시판을 「고객이 살 때」 「팔때」 등으로 알기 쉽게 바꿨다. 지난 6월에는 행화인 장미축제를 통해 사회봉사와 함께 은행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가졌다.
김동재 보람은행장은 「새바람 새보람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작은 본부 큰 영업점」이라는 슬로건 아래 본점의 기능을 지정영업을 도와주는 쪽으로 축소하고 대신 지점에 많은 재량권을 넘겨주었다. 이를테면 그동안 좀 액수가 큰 대출건은 본점에 서류를 올리기 전에 행장에게 보고부터 하는게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계통을 밟도록 했다. 본점의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도 없앴다.
새 정부 출범전인 1월에 행장이 됐지만 자율적인 행장선임의 첫 경우로 볼 수 있는 정지태 상업은행장 또한 한양사태 때문에 여름휴가도 잊은채 지난달 2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대리급 직원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번 한양사태에 따른 위기를 넘기고 자구노력을 통해 발전시킬 것인지 4시간 가까이 대화를 갖고 구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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