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선언”자민 개혁바람 몰기(일본 새 정치: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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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기총선 염두 하야체제 선택/파벌조율·금권정치 체질 변화 새 과제로/헌금·선거제관련 반발세력 무마가 열쇠
『내가 이같은 형태로 선출된 것 자체가 당 재생의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자민당 새 총재는 30일 총재선거후 가진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민당총재는 지금까지 밀실에서 파벌간 담합에 의해 결정돼왔다. 과거 자민당을 탈당해 신자유클럽을 결성했던 이단적 존재로 파벌 영수도 아닌 그가 대 파벌을 이끌고 있는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전 부총리를 물리쳤다는 것은 개혁을 향한 자민당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는 『파벌영수 경험이 없으면서도 대파벌의 영수에게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파벌신화의 붕괴를 웅변적으로 얘기해주고 있다』며 파벌폐해를 제거하고 당을 재건,참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차기선거에서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정권되찾기 의욕
한편 고노 총재의 탄생은 자민당의 「야당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총재선거전 실시된 고도와 와타나베의 소신표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와타나베는 경기대책과 미일관계 등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했다. 그러나 고노는 정책을 언급하지 않고 『국가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정치운영을 하려는 세력의 대두를 저지할 수 있을까가 앞으로의 문제』라며 신생당을 의식한 대결자세를 분명히 했다. 와타나베는 여전히 여당의 입장에서,고노는 야당의 입장에서 소신을 밝힌 것이 그 결과 자민당은 차기총선을 염두에 두고 야당의 얼굴로 고노를 선택했다.
그러나 고노에게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당면한 문제는 정치개혁에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다. 비자민 연립세력은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로 의견통일을 했다. 자민당도 이 안을 대체로 받아들이겠다고 당의사로 확인했다. 그렇지만 당내에서는 『병립제를 받아들이기로 한것은 신당 사키가케와의 제휴 등을 노린 것으로 제휴가 무산된 이상 병립제 수용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 기업·단체헌금 폐지 등에 대해서도 자민당내에서는 의견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과 헌금 등의 문제에서 자민당이 다시 예산로 돌아가 개혁을 외면할 경우 자민당내 개혁그룹들은 당을 떠나 신생당이나 일본신당·신당 사키가케를 찾아가는 등 재분열할 가능성도 있다.
○당 살빼기등 시련
따라서 자민당이 얼마나 위기의식을 갖고 개혁에 나서느냐가 고노체제의 앞길과 자민당의 정권탈환에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아직도 자민당내 의기의식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개혁추진을 내건 고노가 1개파벌의 지지만 받은 와타나베에게 겨우 49표차로 이겼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당초 더욱 큰 차이가 나리라던 예상이 빗나간 것은 당내에 세대교체와 개혁에 대한 반발세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민당은 이제부터 야당이다. 과거만큼 기업헌금이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정부의 각종 정보로부터 차단되고 헌금감소로 사무직인원도 줄어야 하는 등 시련에 봉착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 제도개혁이다.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는 자민당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과반수를 차지한 7개 연립정당이 밀고 나갈 것이다.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 아래서 연립정당이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자민당은 더욱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자민당은 우선 자체후보 단일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민당은 차기선거에서 이번의 사회당 이상으로 참패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할만한 싸움
앞으로의 상황이 자민당에 모두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
연립정권이 지금은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로 똘똘뭉쳤으나 예산편성,해외의 돌발적 사태에 따른 자위대파견,미일 포괄경제협의,쌀시장 개방,우루과이라운드 타결 등 결단을 요하는 문제들이 나올때 7개당의 연립은 와해될 가능성이 많다. 자민당이 위기의식을 갖고 고노총재를 중심으로 변신할 경우 야당생활은 1년내로 끝낼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큰 연립정권은 많은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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