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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오른 6공 부동산정책/롯데땅 “업무용”판결/토초세도 대폭손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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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억지 땅처분기업 행소밀물 예고/선별구제 틈새 투기조장 우려도
서울 잠실 롯데월드 땅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업무용」 판결을 내린데 이어 토지초과 이득세 개선안이 31일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마련됨으로써 6공의 핵심적인 부동산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토지초과이득세와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90년 5·8조치는 전국을 휩쓸던 부동산 투기바람을 잠재우기위해 도입한 「극약처방」으로 도입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5·8조치때부터 이의를 재기했던 기업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5·8」 적법논란
특히 롯데월드 부지를 법인세법상 비업무용토지로 볼수 없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경우 이미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한 재벌그룹들이 땅을 찾기위해 행정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서울 역삼동 사옥부지 3천9백80평의 매각을 둘러싸고 환매권을 주장하는 토지개발공사와 소송중인데 롯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따라서는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업무용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현대는 지난 86년 3년이내에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토개공이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이땅을 매입한뒤 설계와 허가절차를 밟았으나 수도권 정비심의위원회에 걸려 사옥을 짓지못하고 있다가 비업무용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토개공과의 1심에서 허가절차가 늦어져 당초 계획대로 짓지못한 점을 인정받아 승소했다.
5·8조치에 의해 매각이 확정된 토지는 5천7백41만평으로 현재까지 2천2백75만4천평이 자체 매각되고 1천7백71만5천평이 성업공사에 매각이 위임되는 등 모두 4천8백79만4천평이 매각됐으며 8백61만8천평이 처분되지 않은채 남아있다.
은행감독원 등 정부당국은 이에대해 『법원판결이 5·8조치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비업무용 판정과 관련한 법인세법 시행규칙의 적용에 대한 사항을 다룬 것인 만큼 5·8조치를 전면부인하는 사태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며 5·8조치의 시효가 지났어도 나머지 부동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나 5·8조치의 적법성 여부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강압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으로 5공의 경제정책 전반이 심판대에 올라있어 새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저항무마엔 한계
한편 31일의 당정협의에서 마련된 토초세 개선안은 농민 등 선의의 피해자를 대폭 구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토초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누그러뜨리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부과대상 34만필지중 25%가량이 구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민자당은 그동안 토초세의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민자당이 「민원」 해결차원에서 대폭완화를 주장해온 반면 재무부는 가급적 원안을 건드리지 않을 것을 주장,진통을 겪어왔다.
결국 민자당의 의견이 만이 반영돼 토초세 구제대상이 상당폭 커졌으나 이같은 선별적인 구제로 인해 제외된 토지소유자와의 형평문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많다.
당정은 공시지가에 대해 이의를 신청해올 경우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과감하게 바로잡는다는 방침이나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의신청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초세에 대한 이의신청은 이미 10만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토초세를 둘러싼 소송도 40여건을 넘고 있어 앞으로도 세금불복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토초세 과세근거가 되는 공시지가에 대한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지난 20일 나모씨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토초세 부과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리는 등 이미 4∼5건의 소송에서 정부가 진 상태다.
따라서 이번 당정협의에서 발표된 토초세 개선안으로 상당한 토지소유주가 구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세금부과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도 문제
그러나 토초세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음을 감안할때 이 제도의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많으며 공시지가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등 선별적인 구제보다 제도적인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건설부가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건설부가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토지공급의 확대를 통한 부동산 가격안정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토초세 등 규제적인 부동산 정책이 토지공개념의 도입 과정에서 많은 논란은 있었지만 그나마 제도적인 모습을 갖춰 도입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무리한 부분을 바로잡되 종합토지세의 강화 등 효율적인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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