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호랑이가 이젠 맹수로”/「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서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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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지 한국경제 극찬/무역 세계 6위… 미·유럽 긴장/교역동반 무한한 잠재력/「문민」이후 국민도 자신감
한국은 이미 새끼 호랑이에서 성숙한 맹수로 변신했으며 아시아지역을 넘어 전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고 독일 최고의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동반자냐,경쟁자냐?」라는 제목의 한국관련 특집기사에서 이같이 규정하고 세계 제6위의 무역대국 「한국 호랑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요약.
『한국은 작은 호랑이에서 성숙한 맹수로 변했다. 한때 노동집약형의 저임금국가이던 한국은 이제 기술집약형 산업국가의 문턱에 서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공동체(EC)에 따르면 한국은 수출주도형 산업정책으로 세계 제6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했고 국내총생산은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열강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각축장에서 분단된 한국이 향유하고 있는 이같은 평가는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클라우스 킨켈 독일 외무장관은 한국을 「오고 있는 나라」로 호칭했다.
EC는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장미빛으로 보고 있으며 무역·경제의 동반자로서 한국의 중요한 잠재력에 심취해 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세계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동반자로서의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EC도 새로운 대한정책으로 이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의 확대된 동반협력은 EC가 여타 동아시아의 경쟁시장에 진출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게 EC의 자체분석이다.
한국은 무역과 대외투자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현재 유지하고 있는 선린관계로 인해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EC집행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개선,특히 구 소련과 중국의 국교수립은 이같은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구 소련의 제공화국과 국교를 맺고 있는데 시베리아의 방대한 천연자원은 한국의 대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세번째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중국에 차관을 제공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에서 등거리외교정책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한국은 외교 및 통상정책에서 때때로 억압적이라고 느끼는 일본과 핵안보국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철폐하기 위해 EC,그리고 독일과의 관계증진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에 대한 이같은 칭찬은 군사독재와 불확실성의 과도정권을 극복,확실하고 견고한 민주주의를 창조한 시점에서 한국인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있다. 지난 2월 취임 당시부터 한국병을 언급한 김영삼대통령의 한국 위기에 대한 경고에 대해 서방에선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약간 과장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수십년간의 두자리숫자 성장률을 경험한 끝에 경기침체를 한탄하고,임금이 급상승하고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우려하는 것,이것이 한국인이 이해하는 위기인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선 「한국 호랑이」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의 수출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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