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토초세 반발 불끄기 “진땀”/실태조사단 구성… 대책마련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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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억울한” 민원 쇄도… 심각성 인식/코앞에 닥친 보선 악영향 걱정
토지초과이득세 파문과 관련,민자당이 상당히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자당은 토초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일자마자 지난 16일 실태조사단을 구성했으며 다음날 곧 바로 전국적인 실태조사에 착수,23일 대책을 마련했다.
토초세법 시행령을 대폭 개정키로 한 민자당은 내주중 당정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당은 토초세 자진납부가 시작되는 9월1일전까지는 반드시 시행령을 고쳐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정책의 파행과 관련해 민자당이 이처럼 발빠른 행보로 시정대책을 강구하기는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민자당이 내놓은 토초세 파문 진정대책 보다 당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심 흔들릴것”
23일 토초세 개선책을 발표란 나오연의원(실태조사단장)은 『토초세의 불합리한 측면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민심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계 백남치 기조실장은 『김영삼대통령이 가진자의 양보를 설득해왔는데 이번 파문으로 자칫 그 양보가 재산을 빼앗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조세저항이 더 거세어지기 전에 재빨리 파문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구의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방관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꽤 큰 세금을 얻어맞은 사람은 상당수가 지역 유지·후원회 회원·당원들이어서 온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즉 한 중진의원의 지역협의회 회장은 16억원이란 엄청난 세금을 맞았고 다른 한 의원의 보좌관은 1억원을 부과하당하는 등 지근거리에서부터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의 민원을 소홀히하다간 15대 총선에서 곤욕을 치를 것이 뻔하다.
당이 또 당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토초세 파문이 춘천·대구동을 보궐선거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춘천보선에 출마하는 민자당 유종수위원장측은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무명이라는 약점으로 인해 가뜩이나 고생하고 있는 판에 토초세 파문이라는 악재까지 만났으니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한편 당이 토초세 파문 진화를 위해 기민하게 행동한 말못할 이유도 있다. 즉 의원들이 민원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재산가 의원들 가운데 많은 이는 상당액의 고지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땅부자인 어떤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자녀 명의의 땅을 합쳐 모두 20억원의 세금을 얻어맞았고 한 전국구의원 집에는 5억원짜리 고지서가 날아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당정책위원회에 대책마련을 요구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부동산이 많은 의원들 중에서는 차제에 토초세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어떠냐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의원도 당사자
당이 이들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행령을 개정,유휴토지의 판정기준을 재조정하고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산정방식을 재조정하고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산정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럴 경우 과세대상의 30∼50% 가량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게 당의 설명이고 보면 상당히 혁신적인 대책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재무부·국세청 등 정부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예정통지서가 발부된 상황에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최악의 경우엔 토초세의 정상적인 집행마저 어렵게 된다』는 등 정책의 일관성·안정성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당이 정책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파문에 대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대책을 마련하면서 지나치게 정치적 목적 달성만을 염두에 두었다면 문제다. 정부측이 이런 느낌을 받았기에 반발하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당은 이번에 내놓은 개선책 가운데 혹시라도 투기꾼·땅부자 등 가진자들이 억울한 사람과 서민의 틈에 끼여 득을 보는 허점이 없도록 하는데 가장 신경쓰고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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