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에게 콩팥기증/영세상인 김현준씨의 「이웃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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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는 한개면 족하다” 딱한 소식듣고 선뜻/새생명 찾은 조군 “사회필요한 일꾼” 다짐
한 영세상인이 신장병으로 죽어가는 생명부지 고아에게 자신의 콩팥을 기증해 새 삶을 얻게했다.
인천희망백화점에서 주방기기 점포를 운영하는 김현준씨(35·인천시 남구 연수동)는 23일 만성신부전증 환자 조성철군(18·무직·포항 선린애육원)에게 자신의 콩팥 한쪽을 나누어 주는 수술을 마쳤다.
이날 오전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4시간의 수술끝에 자신의 콩팥이 옮겨져 말도 잘 못하던 중환의 조군이 소생의 생기를 찾는 모습을 본 김씨는 한 생명을 구했다는 기쁨에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가 전혀 알지 못하던 대구의 한 고아에게 콩팥을 기증케 된 것은 4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한 신도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것을 지켜본 것이 계기가 됐다.
『내 것은 하나만으로 족하다』고 결심한 김씨는 신장병으로 죽어가는 이웃에게 자신의 콩팥 한 쪽을 나눠주기로 결심하고 곧바로 신장기증·이식 알선기관인 신장재단(이사장 이해원·(780)0808)에 뜻을 전했다.
재단측은 2개월동안 혈액형·항체반응 검사 등을 통해 조직이 김씨의 것과 가장 유사한 조군을 찾아 냈다. 조군은 고1때인 91년 홀아버지를 잃은 뒤 하나 있던 동생을 고아원에 보내고 주유소 종업원 생활을 하며 어렵게 지내오다 지난해 4월 「갑자기 앞이 안보여」 병원을 찾았고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소변을 전혀 볼 수 없어 하루 종일 「축 늘어져」 누워 있어야만 하는 조군은 길에서 걸식을 하며 포항시내를 전전하다 어느날 동국대병원 대기실에서 잠을 자던중 이 병원 김정희간호사(26)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의 딱한 사정이 방송대학생인 김 간호사에 의해 방송대 포항시·영일군 학생회에 알려지자 학생들이 그를 고아원에 보내놓고 돕기운동을 벌여 수술비 1천만원을 마련해 주고 신장 기증자를 찾고있었다.
『지금까지 버려진 삶이라고 생각하며 세상 원망도 많이 했지만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는 분도 있다는 사실에 사회의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앞으로 고등학교에 진학에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수술이 끝난후 새 삶의 기쁨을 말하는 조군을 보는 김씨의 마음은 흐뭇하기만 했다.
『신체조건이 같은 고아소년이 제 콩팥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하느님이 주신 신체의 여유분을 나눌수 있게된데 감사했습니다. 조군이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 김씨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가운데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는 표정이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콩팥이식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을수 있는 환자수는 2천여명이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은 1백5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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