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새 4차례 풀 코스 도전은 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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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것일까.』
믿었던 김완기(25·코오롱)가 어이없는 기록으로 은메달에 그치자 안타까움과 함께 회사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육상 전문가들은 한마디로『코오롱이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것. 현재의 컨디션만 믿고 선수를 혹사시켰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김완기는 최근 10개월간 무려 네 차례 마라톤 풀 코스를 달렸다. 강건한 지구력·체력의 소유자라도 1년에 한차례, 많아야 두 차례 이상 풀 코스를 달리지 않는 것이 마라톤의 상식화된 불문율. 한차례의 풀 코스 출전으로 체중이 4∼5㎏ 빠지며 몸이 회복되려면 20대 초반이라도 최소 4개월은 잡아야 한다. 몸이 망가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김완기는 지난해 8월 바르셀로나 올림픽 출전(28위)후 3개월도 안돼 11월 뉴욕마라톤(3위), 지난3월 동아마라톤(1위)에 이어 이번 유니버시아드까지 네 차례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토너로서 4년간 여덟 번을 완주했는데 이중 절반을 10개월만에 달려 치운 셈이다. 더구나 날씨마저 무더위 더위에 약한 김완기로선 역부족이었다는 지적. 육상연맹은 이번 마라톤엔 더위에 강한 다른 선수를 내보내고 김완기는 좀더 쉬었다 오는 8월 독일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라고 권유한바 있다.
선수도 살리고 유니버시아드보다 권위가 월등한 세계 선수권에서 나라 체면도 살려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회사측과 김완기의 고집은 완강했다. 인세필드 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 바르셀로나올림픽 제패로 이어간 2년 후배 황영조에 대한 심각한 경쟁의식 때문이었다. 김은 황영조가 올림픽 영웅으로 칭송되는 순간『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위의 만류를 뒤로 한 채 기필코 뉴욕마라톤에 나갔다. 올 봄 이번 유니버시아드 출전을 위해 김은 자신의 마라톤 인생과 아무 연 관이 없는 군산전문대 부동산학과에 입학, 대학생자격증을 따냈다. 회사측도 김의 자존심을 넘어선 고집에 마냥 끌려 다니며 박수만 쳐 왔다.
김완기는 이번 출전으로 적어도 내년 초까지 마라톤 풀 코스 도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소리를 좇다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 꼴이 됐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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