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찰수용 북 긍정적” 관측/북­미 첫날회담 결과와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IAEA와 일단 협의선서 마무리될듯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북­미 고위급회담의 첫날 회의가 14일 끝났다.
회담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 문제에 대해 북한측이 다소 긍정적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첫날 회담이 끝난뒤 회담장주변의 관측이다.
이런 관측의 근거로는 몇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회담 속개에 양측이 합의했다는 점이다. 첫날 회담에서 긍정적 진전 기미가 없으면 첫날 하루로 이번 회담을 끝낸다는 것이 회담전 미국측이 보인 단호한 입장이었다. 기본적 시각차가 워낙 큰 사안들이긴 하나 최소한의 타협 가능성을 서로가 인정했기에 또 만나기로 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쪽의 분석이다.
다음으로 첫날 회담이 끝난뒤 양측 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강석주 부부장과 갈루치 차관보 모두 매우 밝은 표정이었고 똑같이 『회담이 유익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유익」이라는 표현을 외교적 수사정도로 폄하하는 시각도 물론 없지 않다. 그러나 양측 대표가 똑같이 이 표현을 쓴 것은 뭔가 긍정적 타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회담 최종결과는 물론 16일의 협상이 끝나봐야 나오겠지만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식의 결과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측이 특별사찰문제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IAEA와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선에서 이번 제네바협상이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부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북한은 IAEA가 요구하고 있는 영변 핵단지내 두개의 미신고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문제의 본질은 IAEA의 불공정성에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IAEA가 미국이 제공한 인공위성 사진을 활용하는 등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특별사찰문제는 결코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고,따라서 특별사찰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만일 북한이 미국의 주장대로 IAEA의 특별사찰을 수락키로 한다면 그것은 일방적이고도 치욕적인 굴복이요,패배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미국 역시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특별사찰 문제에 대해 IAEA와 일단 협의하겠다는 정도의 결과만 얻어내도 일단 큰 진전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미국측으로서는 IAEA의 공정성문제에 유념하고,북한은 특별사찰에 대해 일단 IAEA와 협의를 시작한다는 선에서 끝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진의에 대한 판단은 IAEA와 북한간의 협의를 지켜보면서 내릴 일이고,미국은 그 판단시한을 대충 내달말께로 잡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제네바=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