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전쟁 동시수행」전략/보수파들 비판목소리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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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 국방부 내부갈등/첨단무기 개발로 우위 계속 확보/찬/무력 부족한데 전선확대는 무리/반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방한중 미국의 새로운 전략개념으로 알려진 「승리­억제­승리」(WIN­HOLD­WIN)를 부인하면서 「2개전쟁 동시수행」을 천명한 것이 미 군부내 보수파들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전략은 『두개의 지역분쟁이 동시에 발발할 경우 미군 주력은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입하며 중동은 한반도보다 전략상 우선순위』라는 내용.
따라서 『두개의 지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동시에 개입하겠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종래의 미군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한반도 안보를 경시한다는 한국측 우려를 씻기위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 군부는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2개 전쟁 동시수행 발언에 대해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군부에서는 『군예산 삭감이라는 대전제는 지키면서 군사적 역할만 종래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략은 이상론에 불과하고 오히려 미군사전략에 심각한 차질만 빚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적 분위기에 대해 레스 애스핀 장관을 비롯한 미 국방부내 민간인 출신 신지도부는 『입지가 좁아진 현역들이 토로하는 불만일 뿐』이라며 이들의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승리­억제­승리」전략은 군사력은 실제로 축소하면서 첨단 군사기술의 우위를 계속 확보,미국의 종래 군사강대국 입지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애스핀 장관과 마스터플랜에서 비롯됐다. 한꺼번에 두 곳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군사력은 없지만 첨단무기만 있으면 소수의 공군력만으로도 적의 침략을 억제할 수는 있다는 것이 애스핀의 계산이었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사실상 동시전쟁을 수행한다』고 한것은 축소가 기정사실화된 군사력 수를 다시 늘리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첨단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한차원 높인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부대 비판론자들은 애스핀 장관이 염두에 두고 있는 핵심 첨단무기는 현재 개발되거나 실전에 배치된 것도 아니고,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 국방부 한 고위장교는 『우리는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무기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다』고 불평한다. 육군출신으로 워싱턴의 국제전략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돈 스나이더는 『1998년에나 갖게될 무기를 가지고는 현재 전쟁놀이도 할 수 없다. 5년뒤에 천하무적이 될 꿈이나 꾸면서 시간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찰스 라슨제독이 애스핀장관과 콜린파월 미 합참의장에게 보낸 최근 비망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소말리아작전을 위한 병력 및 장비수송을 위해 해군 평상유지 예산에서 1억달러를 전용,예산압박을 받고 잇는 미 해군은 현재 항공기 1백50대,항공기엔진 2백50대를 보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군함정 정기수리를 위한 내년도 예산은 전혀 없는 상태다. 라슨 제독은 비망록에서 또 『걸프만·소말리아 작전에서 예산보다 60% 더 지출,유사시 군사대응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 등을 대폭 축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했다.
그렇다고 애스핀 장관을 위시한 민간출신 관리들이 자신들의 전략을 면밀하게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국방부내 핵심직 24자리중 거의 절반과 민간인이 차지할 군내 최상층 22자리중 21자리가 아직도 비어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국방차관보는 전력시비로 국방부 감찰팀의 조사를 받고있다.
때문에 현재 보임된 미 국방부 고급관리들은 토요일까지 포함 하루 15시간씩 일에 파묻혀 보내면서도 조직이완·방향감 상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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