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타결여부 중대 “갈림길”/북­미 2차 고위급회담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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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엔 안끌려다닌다” 미 강경/북선 “IAEA가 편파적” 맞불/「특별」명칭 구애 안받는 사찰묘안 나올수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제1차 미­북한 고위급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가 각각 수석 대표로 참석하게 될 14일의 제네바 제2차 고위급회담은 북한 핵문제 타결여부의 갈림길이 될 중대한 회담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최대의 현안인 영변 핵단지내 2개 미신고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타결되지 못할 경우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현실화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 진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방한기간중 천명한 바 있듯이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은 핵폐기물 저장소로 추정되는 2개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을 즉각 수락하라는 것이다.
이와관련,한미 양국은 이번 회담 시한을 이달말,늦어도 8월말로 잠정합의하고 그때까지 북한이 특별사찰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안보리의 경제제재로 이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은 IAEA 특별사찰에 대한 북한의 기본태도를 탐지하는데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 도저히 가망성이 없다는 판단이 설 경우 지난 뉴욕회담때처럼 북한측에 끌려다니지 않고 조기에 회담결렬을 선언해 버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입장도 지난번 뉴욕회담때와는 다르다. 뉴욕회담 당시 북한은 6월12일이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효력 발효시한을 최대의 발판으로 지연전술을 구사,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더 이상 그같은 발판이 없다.
물론 북한이 NPT탈퇴 효력의 일방적인 일시정지 상태에 있는 만큼 이론적으로 언제든지 탈퇴효력을 발생시킬 수는 있지만,이는 바로 「자폭」을 의미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별사찰 문제에서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IAEA 공정성을 시비삼는 일뿐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은 IAEA의 편파성과 비중립성 등을 내세워 특별사찰 요구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IAEA의 공정성 문제는 북한이 일관되게 제기해온 문제로 아무리 미국의 입장이 단호하고 확고하다 하더라도 체면상 미국의 특별사찰 수락 요구를 덥석 수용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체면을 적당히 세워주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북한 고위급회담의 궁극적 목적이 북한의 핵의혹을 해소하는데 있다고 볼 때 원칙론만 내세워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갈 경우 오히려 또 다른 돌발사태를 몰고올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특별사찰」이란 명칭에 구애받지 않고 ▲IAEA가 북한의 2개 미신고 시설과 북한이 지정한 남한내 미군시설을 동시에 사찰하도록 하는 방안 ▲남북한 상호사찰에 IAEA가 참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제네바=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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