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출산·중산층 늦둥이-인구증가 「1%벽」흔들|「세계인의 날」맞아 살펴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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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1일은 유엔이 정한 제4회 세계인구의 날. 한국은 인구증가율이 60년대 연평균 3%선에서 지속적인 피임·불임사업 확대로 85년 0.93%로 1%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가족계획사업도 내리막길로4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미성년자 출산과 중산층의 늦둥이 출산 등 요인으로 「1%의 벽」이 자칫 무너질 조짐(90년 0.97%)이 나타나고 특히 피임실패·인공임신중절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새 패턴의 가족계획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 교수(인구학)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마지막 임신중 부부가 원치 않는 경우 즉 피임실패임신이 47%에 달하며 따라서 인공임신중절로 건강을 해치는 여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가임여성 한사람이 인공임신중절을 하는 수가 64년 평균 1.2회에서 91년에는 1.9회로 늘어 모자보건 문제가 점차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원장 이성우)의 92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부부의 피임실천율은 79.4%에 달하나 이 가운데 약10%가 실패율이 높은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산부의 사망률이 10만명당 32명으로 선진국보다 대략 2배 더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평균 3.2회에 불과한 산전정기검진율을 높이고 정확한 피임지식에 대한 홍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한가족계획협회(회장 김용완) 신동진 사업부장은 『특히 90년 전주의 법·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6천40건의 인공임신중절 가운데 약33%가 미혼 층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전국적으로 연간 약1백만건 이상의 인공임신 중절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돼 여성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대한 가족계획협회는 「삶의 질 향상에 역점을 두는 가족보건사업」을 겨냥해 ▲피임의 질 향상 ▲청소년 성교육 사업의 활성화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문제는 한정된 국가 예산의 우선 순위에서 가족계획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 것이냐 하는 사회적 합의.
우리나라 가족 보건사업 예산은 88년 3백10억여원에서 92년 1백19억여원으로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치 않더라도 4년새 61.6%나 줄었다.
따라서 계속 위축되고 있는 가족보건사업이 출산의 멍에를 짊어진 「모성 안전운동」차원에서 어떻게 조정되고 개선돼야 할 지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때가 됐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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