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결실보다 방향모색 주력(「동경 G7」 각국의 입장: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특별회의」 제의등 UR매듭 안간힘/클린턴 외교력 첫 시험대 “긴장”
74년부터 매년 장소를 바꿔 열리고 있는 서방선진 7개구(G7)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세계가 안고 있는 경제·정치 문제에 접근하는데 이 회담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아직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세계공통의 문제를 놓고 토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유익하다는 긍적적 시각도 있다.
비판적 시각은 G7이 지난 3년간 매번 회담 때마다 우루과이라운드(UR)를 회담이 있었던 그해 연말까지는 해결한다고 약속해놓고도 자국의 이익에 매달려 지금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다자간 모임은 소리만 요란하지 결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91년 7월 런던회담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대통령이 참석,소련의 시장경제화를 위한 경제원조를 제안한 예를 들어 세계적인 문제를 함께 다루는 최고의 창구역할을 할수 있다는 이유로 이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도 있다.
이번 회담 역시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성과 보다는 선진공업국 수뇌간 세계문제에 대한 견해의 조율과 분위기 조성이 주된 목적이 될 전망이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토론될 여러가지 아이디어·분위기 등이 공동발표문에 실릴 구체적 사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세계가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동경회담에서 미국이 해결을 기대하는 안건은 크게 몇 줄기로 나눌수 있다. 우선 세계경제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계속 과제가 되고 있는 자유무역체제의 수립,다시 말하면 UR의 원활한 매듭과 세계경제 회복대책을 위한 공동방안 마련이다.
세계경제 회복대책은 우선 미국이 과감하게 재정적자를 줄이는 문제와 경제적으로 가장 여력이 있는 일본에 과감한 국내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대부분의 회원참가국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과감한 국내투자·소비확장을 촉구할 움직임을 보이는데 반해 일본정부는 이미 지난해 독일 뮌헨회담에서 내놓은 안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같은 일본의 부정적 자세외에 프랑스가 UR협상 조기타결에서 프랑스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소극적이어서 경제문제 타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은 동경으로 떠나면서 G7 실무자협상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각국 노동 및 경제보좌관 회의를 소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린턴의 이같은 특별실무자회의 개최방침은 이번 동경회담의 성공이 쉽지않다는 전제와 함께 UR문제는 끝까지 밀고 나갈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의 정치적인 안건은 이미 클린턴 대통령이 약속했듯 선진공업국이 러시아를 어떻게 돕겠는가에 집중되고 아울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논의가 될 것이다.
러시아 지원문제는 회담 상대국들이 반대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아 러시아 민영화사업 지원규모를 당초 40억달러에서 축소조정한 상태여서 미국은 출발부터 부담을 안고 있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국내 지지도가 거의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어 이번 회담에선 다른 나라에 강한 주문을 할수 없는 처지다.
다만 최근 재정적자를 절반이상으로 줄이는 클린턴의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대외적으로 체면을 세운 정도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동경회담이 대통령 당선이후 첫 해외나들이인데다 그의 국제적 리더십을 시험하는 첫 케이스가 되고 있어 신장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회담에 너무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말라고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을 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