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 사나운 「여야 맞제소」/이상일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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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가 소란스럽다. 여야는 국회가 열리자마자 상대방 대표를 헐뜯은데 이어 이번에는 서로 상대편 의원을 찍어 징계하겠다는 등 저급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민자당과 민주당은 6일 각각 상대당의 이부영·심형식의원을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윤리위에의 제소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윤리위가 구성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의원 전원은 심 의원을 의원발언 방해 혐의로,민자당측은 이 의원을 동료의원에 대한 모욕행위 혐의로 제소했다.
민주당의 심 의원 제소 이유는 이렇다. 『심 의원이 지난 3일에 있은 이 의원의 대정무질문 내용에 항의한답시고 단상으로 뛰어나와 이 의원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질문원고를 집어 던진 것은 국회법 제147조(발언방해 등의 금지)에 위반되는 반의회적·반개혁적 불법행위다.』
이날 심 의원 제소를 결정한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의장경고나 본인사과로 끝내자』는 온건론도 나왔으나 결국 『재발방지를 위해 본때를 보여주자』는 강경론이 득세했다.
민자당도 민주당이 심 의원 제소방침을 세우자 곧바로 당직자회의를 열어 이 의원을 맞제소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심 의원은 20여명 이상의 동료의원 서명을 받아 이 의원을 제소했는데 그는 『이 의원이 예천 보궐선거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것은 특정의원을 매도하기 위한 것으로 합법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예천주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나를 먼저 제소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부당한 행위』라며 『이 의원이 사태의 원인제공을 했으므로 책임은 그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대로 이·심 의원이 칭찬받을 만한 언행을 한것은 아니다. 아무런 실증없이 심 의원을 당선시킨 예천선가 부정선겨였다고 말한 이 의원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그렇다고 마치 선불 맞은 호랑이 날뛰듯 본회의장을 돌아다니며 형편없는 언동을 한 심 의원도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을 꼭 윤리위에 제소해 징계받도록 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윤리위가 열리면 여야는 자기편만 옹호하느라 삿대질하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을 게 뻔한데 그럴 경우 서로 상처만 입을 뿐이지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
곰보도 예쁘게 보려 들면 보조개로 보인다고 한다. 여야는 두 의원의 문제를 윤리위로까지 끌고 가지말고 서로를 잘 대하면서 먼저 사과하는 등 깔끔히 마무리짓고 국정에 보다 신경쓰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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