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간 유착" 그려 눈길|슬롯머신·카지노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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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폭력조직들은 대한민국 검찰이나 경찰을 전혀 두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경이 폭력배를 키웠고, 또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단 하나, 같은 폭력조직의 후배들에게 당하는 것뿐입니다.』
작가 김중태씨가『해적』7, 8권을 최근 펴냈다. 제도권 조직에 억눌린 민초들의 한은 정당방위 차원의 폭력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백민 당」이라는 의로운 폭력조직을 내세워 한국의 폭력조직 실태를 파헤쳐 가는 전 10권 예정의 이「대하의적 소설」7, 8권에서는 특히 새 정부 들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슬롯머신·카지노업계 폭력배와 정·재·관계의 유착에 의한 비리구조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카지노는 일본 사람들이 주고객이고 내국인은 출입을 할 수 없다지만 어디나 브이아이피 비밀 룸이 있고 거기에선 무제한 베팅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특히 나 부산 쪽은 주말·휴일마다 재벌 족과 내노라 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내려와 한번에 수억 원 대씩 돈을 쏟아 놓고 갑니다.』
소설『해적』8권에서 카지노를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카지노에는 눈에 드러난 오락장의에도 비밀 룸이라는 게 있어 국회의원·검사·경찰고위간부·그룹회장들이 하루 수억 원씩의 돈을 놓고 도박을 벌인다. 권력으로는 경찰·검찰간부에서 최고 통수권 자까지 관련이 되고 그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쟁탈하기 위해 내노라 하는 전국 폭력조직들이 피 바람을 일으킨다.
작품『해적』은 폭력조직과 인물들을 거의 실명에 가깝게 드러내고 있다. 서방 파 김태촌은 태웅으로, 오비 파 이동재는 이동근으로, TK사단 조창조는 주 창조로, 카지노 대부 전낙원은 낙운 그룹 전 회장 등으로 등장하고 있다. 소설이면서도 이 작품을 부패한 사회의 지하조직 판도와 제도권과의 공생관계를 한편의 지도처럼 그려낸다.
이 작품 취재를 위해 김씨는 10여 년 간 폭력조직을 탐문하고 다녔고 야쿠자와의 연계를 밝히기 위해 일본의 암흑가에 뛰어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폭력조직 취재처럼 어려운 것은 없을 겁니다. 그들은 말하지 않습니다. 현재 3대 패밀리·4대 패밀리 하는 태촌 파·전주 파·칠성 파·대구 파 등 의 두목 급들은 다 수배되거나 몸을 숨기고 있지만 그 조직들은 후배에 의해 더 정예화 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상부와 폭력조직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권력이 영원한 권력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한 말입니다.』
작품『해적』에 따르면 경찰·안기부 등 그들을 막아야 할 당국이 폭력배를 키우고 조종했다 한다. 권력이 정당성을 띠지 못하는 한 권력·폭력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폭력세계를 발로 취재한 김씨의 우려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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