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한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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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의 으뜸가는 요제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다.』 공자의 유명한 말이다. 경제가 부강하고 군비가 튼튼해도 지도자와 국민,국민 상호간에 신의가 없으며 국가의 도덕률이 무너지고 사회전체가 윤리적 혼돈에 빠지기 쉽다는 경고다.
증자의 처가 외출하려할 때 어린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울자 아이에게타이르면서 『집에 있거라. 그러면 갔다와서 네게 돼지를 잡아주마』고 약속했다.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증자는 돼지를 잡아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달래려고 한 말일 뿐이라고 하자 증자는 말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오. 지금 자식을 속이면 이는 자식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는 것이오. 부모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은 그 부모를 믿지않게 되니 앞으로 가르침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요.』
한비자가 거론한 이 일화는 이욕만 탐하던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의 뜻이 담겨있다.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직업인들의 윤리수준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분석결과가 밝혀졌다. 이 조사에서 국민들이 높은 점수를 준 직업인은 신부,TV기자와 아나운서,스님,신문기자 등의 순위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직업인으로는 국회의원이 최하위고 이어 대기업경영자,고급공무원,경찰,의사 등의 순위로 나타났다.
2년전 리서치코리아라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국회의원이 최하위 점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그 신뢰도가 26.6%에서 7.9%로 더욱 낮아졌다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후 진행되고 있는 사정의 영향인 듯하다. 실천도 못할 공약이나 남발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행태에 대한 실망이 쌓인데다가 겉다르고 속다른 정치인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분노까지 겹친 것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숲속에 들어와 도끼자루로 쓸만한 나무 하나를 주기를 간청했다. 숲속의 나무들은 어려운 부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단단한 나무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도끼에 자루를 끼우자마자 숲속으로 들어와 좋은 나무들을 모조리 찍어넘겼다. 나무들은 쓰러지면서 『우리 자신이 어리석어 이 고생을 하는구나』하고 애처롭게 탄식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인들을 향한 요즘 심정이 바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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