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다한 사랑의 인술/가톨릭대 인턴장 음태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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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뇌사상태서 장기기증… 5명에 “새 삶”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젊은 의사가 자신의 장기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2명에게는 광명을 되찾아주는 최후의 인술을 베풀고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강남성모병원은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여 많은 의사들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성실히 진료를 봤다. 지난 20일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21일 의료원 뇌사판정위원회에 의해 뇌사판정을 받은 이 병원 인턴장인 음태인씨(25)의 장기로 5명에게 연속으로 이식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음씨는 지난 20일 새벽 5시쯤 영동고속도로를 승용차로 달리다 5t트럭과 부딛쳐 원주기독교병원을 거쳐 자신이 일하던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도착시 이미 뇌사상태였는데 의사 4명과 신부 1명으로 구성된 가톨릭의료원 뇌사판정위원회에 의해 21일 오후 뇌사로 최종 판정됐다. 음씨의 장기로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던 30세 남자,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던 21세의 여자와 56세의 남자가 새 생명을 얻었다. 시력을 잃었던 25세 청년,66세의 할아버지도 어둠을 벗어나게 됐다.
지난 2월 가톨릭의대를 34회로 졸업한 음씨는 같은 의대출신(4회)으로 이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소아과의원을 개원중인 음두근씨의 외동아들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부자는 평소 「의사로서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라는 생각을 서로 말해왔으며 이런 뜻이 전달돼 장기기증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가톨릭의대 동기들은 그를 「기술좋은 의사는 많아도 인간미 넘치는 의사는 적은 시대에 진정으로 환자를 의술로 사랑을 실천하려고 했던 외과의사 지망생」으로 기억한다. 고달픈 인턴생활중에도 짜증 한번없이 환자와 동료들을 성심성의껏 대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가톨릭의료원 이념에 철저한 의사로 평가했다.<채인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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