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동의 불안한 정면돌파/제정갑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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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울산 현대 노사분규 현장에 다녀온 직후인 24일 오후 당초 계획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미 의견을 충분히 밝힌데다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노사분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으나 황인성 국무총리가 무노동 부분임금의 논의 중단을 지시한 뒤여서 더이상의 마찰을 피하려는 「몸사림」이란 해것이 금방 뒤를 이었다.
또 이날 오전 수습기미를 보이던 현대정공 노사분규가 오후들어 별로 진전을 보지못하고 난항을 거듭하자 불편해진 심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현대사태는 현총련이 이날 오후부터 「연대파업 유보방침」을 밝히고 현대정공이 「선조업 후협상」을 천명,이 장관의 현장수습은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노동부장관이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직접 중재에 나서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만큼 입지만 약화되고 노동부장관으로서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험부담을 안고 이 장관이 현지에 내려가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은 일단 정부가 노사분규 해결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이 장관이 촉발시킨 무노동 부분임금 논쟁은 일파만파로 파문이 확산돼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등에서는 이를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대립으로까지 몰고가는 상황이다. 파문의 확산이 자칫 찬반이란 2분법에 의해 집단적인 대립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대목은 현대사태의 해결에도 불구하고 부총리마저 제치고 나름대로 의견만을 내세우는 모습에서 정책의 혼선에는 아랑곳없이 인긴영합 또는 독선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다. 현대사태 해결로 당초 일어났던 무노동 부분임금 파문과 이에 따른 비판은 강도는 약화됐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파문의 확산을 막고 이같은 의구심을 풀기 위해서는 현역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을 다루는 행정부처 장으로서 폭넓은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입장을 무시할수 없는 노동문제를 다루는 최고 책임자로서 그에게 쏠리고 있는 일부 불안감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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