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고객만족 경영" 아직은 걸음마-기업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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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품질이 마지노선이다.』
『불만족 고객을 놓치지 말라.』
최근 소비자를 의식한 기업들의 「고객만족(CS)경영」이 조직의 사활을 건 듯한 모습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특히 가전업계의 소비자를 의식한 각종 움직임은 평소 불공정거래·과대과장광고 등을 들어 기업에 비판의 화살을 쏟아 붓는 소비자 단체들에조차 높이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금성사의 경우 2시간 내 서비스, 대리점 사장의 1일 서비스센터 소장 반, 불만고객에 대한 클로버 서비스(전화요금의 회사부담),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들을 「명장」으로 예우하는 명장제 등 이른바 「서비스의 품질향상」대책만도 10가지다.
또 삼성전자는 수해예상지역 주민들을 방문해 가전제품의 관리요령을 교육하고 생활문화센터를 열어 소비자들의 가려운 점을 굵어주는 등 아프터서비스에서 사전서비스(B/S)로 바꿔 가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품질=기업의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을 깔고 소비자문제 등 경영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자동차업계도 모두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인식,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아는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객만족 향상위원회」를 운영하며 7백50억원을 들여 전국 1백 곳에 「무상 점검 코너」를 올해 안에 마련키로 했다.
또 현대는 국내 첫 「자가정비 코너」, 대우는 「24시간 정비 서비스」등 각종 프로그램으로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고객만족·소비자 보호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중소기업의 소비자 보호는 크게 미흡하며 대기업들도 많은 경우 프로그램이 고작 4월 고객의 달 행사 때 「반짝」했다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업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또 ▲제품의 양이 표시보다 적은 「눈속임」이 여전한 백화점 ▲소비자안전에 소홀한 의약품분야 ▲부당 또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 적지 않은 금융·보험 등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높은 분야가 적지 않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강광파 이사는 『국내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사건이 터질 경우 신속한 원인규명과 소비자 안전확보 등에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꾸물럭 거리면서 여론전파나 막으려해요. 대부분 소비자 상담실의 위상이 형편없는 것도 문제고 소비자 불만이나 과장 광고에 대한 조언·비판조차 윗선까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아요』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의 조언도, 고객불만도 「쇠귀에 경 읽기」라면 다른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문제다.
한국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미국은 기업들이 돈을 내 사업개선소(BBB: Better Business Bureau)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이 기구는 전역에 걸쳐 소비자피해 구제를 사업자 부담으로 해주고 광고도 자율 규제하고 있으며 미소비자 연맹은 단지 소비자에게 정보만 제공할 뿐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경우 소비자 상담실이 옴부즈만 제도처럼 사장 직속도 아니고 하의상달이 제대로 되는 곳도 많지 않다.
기업소비자 전문가협회(OCAP)장룡진 회장은 『효과적인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기업의 소비자보호 조직의 전면개편과 전문 상담원제도의 도입 등 근본적인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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