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결 능동대응 의지/북측제의 전폭수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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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회담형식 관계없이 대화 재개에 비중/한미공조등 고려 강강입장 대폭 수정
정부는 22일 대북제의는 핵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특사교환을 하자는 북측안을 사실상 완전 수용한 것이라 볼수 있다. 정부는 이날 전통문에서 「우리측은 특사교환을 실현시키려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핵·특사교환 동시논의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다. 물론 「실무접촉에서 핵문제에 대한 기초적 협의와 특사교환 절차를 동시에 논의하자」는 단서가 달려있지만 이번 제의는 북측이 제안한 특사교환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즉 정부의 이날 제의는 회담의 형식에 상관없이 남북대화를 성사시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참여해나가겠다는 전향적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말하자면 이달말 또는 다음달초 열릴 북한­미 고위급 후속회담에 맞춰 우리측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분담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사실 정부는 그 전날인 21일 황인성총리 주재로 열린 통일관계 고위전략회의에서 핵우선,특사교환논의 병행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키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22일 오전의 통일관계 장관회의는 북측제의 수용쪽으로 급선회했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의 대북전략이 재조정되었으며 여기에는 「한미 공조체제」가 긴요하다는 안팎의 지적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의 대북관계 부처간 협의에서는 보수적인 의견들이 강하게 작용했다. 북한의 핵우회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안기부 등 일부 보수적인 의견들이 회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1단계 회담이 끝난 직후 열린 한미간 정책협의회와 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방미 등을 통해 남북간의 회담을 병행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미국측 견해가 상당히 비중있게 전달된 것이 대북정책선회 배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수석이 회의를 앞두고 미국에서 급전을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또 유럽을 순방하고 돌아온 안승주 외무장관의 참여간 온건한 정책대안 수립에 기여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앞으로의 북한­미 고위급 후속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타결됐을 경우 팀스피리트 문제의 해결이나 남북 상호사찰 규정 마련을 위해서도 남북대화는 불가피하다.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결렬될 경우 국제적 제재의 명분쌓기에는 남북회담도 필요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정부의 급작스런 방침변경은 새로운 협의과정에서 나왔다』고 한 점은 음미해볼 대목이다.
여기에는 국제여론에 대한 모양새도 고려됐다고 볼수 있다. 아무리 특사교환 제의가 지연전술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제의를 거부하면 책임은 거부한 쪽에 돌아오게 마련인 것이다. 통일원 고위 당국자는 『우리측 제의에 대한 북측의 태도는 북한­미 고위급회담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열린 통일관계 장관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단계적 경협추진 계획을 밝힌것도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도록 유도하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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