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시장경제로 전환 가속화/개혁 기수 오치르바트 재집권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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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사회 각분야 일대 개혁예고/생필품 부족등 장애 극복이 과제
시장경제 개혁의 가속화냐,공산주의로의 회귀냐는 기로에선 몽고가 시장경제를 선택했다.
최근 실시된 몽고 대통령선거에서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현 대통령이 집권여당 몽고인민혁명당(MPRP)의 로돈 투데프 후보를 물리치고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 걸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몽고가 소련의 몰락과 함께 지난 90년 공산당 1당독재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표방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대통령 직선은 시장경제 개혁의 가속화를 표방하며 야당연합의 지원을 받은 오치르바트 현 대통령과 공산당에 뿌리를 둔 집권여당 후보 투데프 전 국회의장간의 노선 대결이었다.
오치르바트 대통령은 공산독재를 포기한 90년 이후 실시해온 가격자유화,사유재산제 실시 등 시장경제 이행정책의 지속적인 실시를 내세웠다. 반면 집권당의 투데프후보는 시장경제 이행에 따른 경제붕괴 및 범죄증가 등 부작용을 공격하며 식량배급제 부활,의무교육 확대 등 공산주의 사회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맞서왔다.
따라서 오치르바트 대통령의 승리는 시장경제 이행에 따른 인플레·외채 누적·통화팽창·생필품 부족·사회적 범죄 증가 등 갖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몽고 국민이 시장경제 개혁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는 집권여당에 정치적으로 뼈아픈 참패를 안김으로써 비록 여당이 현재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고는 하나 장기적으로 몽고 정치판도에 세력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의 후예인 몽고인민혁명당은 지난해 6월 실시된 국민의회 선거에서 76석의 전체의석중 71석을 석권,그동안 의회를 지배해왔을 뿐 아니라 행정부내 주요 요직도 실직적으로 장악해왔던게 사실이다.
따라서 오치르바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획득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행정부내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오는 96년에 실시될 차기 총선을 겨냥,야당연합측과 강력한 연대로 사전 정지작업을 펼 것이 분명하다.
시장경제 개혁파 기수인 오치르바트 대통령의 제집권으로 몽고의 탈공산주의 작업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강력한 힘과 추진력을 얻을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경제로의 이행작업을 방해하는 암초들이 도처에 잠복해 있다.
생필품을 비롯한 각종 원조를 해오던 소련의 붕괴로 몽고는 소련의 위성국에서 벗어난 91년 이후 소련의 원조가 전면 중단되면서 식량·석유·경공업품 등 국가전반에 걸쳐 심각한 소비재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시장경제로의 급격한 이행과정에서 생산성도 덩달아 하락,지난해 1∼9월 공업총생산은 9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나 떨어졌으며 상품거래 총액도 55.5% 하락했다.
이 때문에 92년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마이너스 10% 성장했고 대외교역량은 60%,1인당 국민소득은 13% 각각 떨어졌다. 반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91년에 비해 2.7배나 뛰고 외채는 1백20억달러에 달해 국가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같은 경제위기는 각종 범죄를 유발시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오치르바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각한 생필품 부족을 해결하고 물가를 잡으면서 동시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범죄를 소탕하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되고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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