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박경수의원 초청… 뜨거운 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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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사꾼 선량」에 LA교민들 열광/불황에 시달리면서도 성금 4천만원 쏟아져/식당선 음식값 내주고 상점선 물건값 안받아
청빈한 정치인으로 미국교포 단체의 초청을 받아 캘리포이나주 오렌지카운티에 머물고 있는 박경수의원(민자·횡성­원주)에게 교포들의 성원이 밀어닥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전후하여 불기 시작한 불경기로 교포사회가 심한 불황의 몸살을 앓고 있음때도 불구하고 박 의원에게 각계 각처에서 많은 성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금혼식자금 내놓아
금혼식 비용으로 마련해두었던 4천8백달러(약 3백80만원)를 선뜻 내놓은 70대후반의 노부부가 있는가하면 또다른 익명의 독지가는 2만8천달러(약 2천3백만원)를 「좋은 일」에 써달라고 기탁했다.
미국에서 그 흔한 정치자금 모금파티 한번 열지않았는데도 이런 식으로 박 의원 앞으로 전해진 금액은 그 자신의 총재산보다 많은 5만6천여달러(약 4천5백만원)나 된다.
박 의원에게 몰리는 것은 성금뿐만이 아니다.
식당에 가면 낯모르는 교포들이 서로 점심값을 내갰다고 우기고,물건을 사러 가게에 들르면 물건값을 안받는 것은 고사하고 덤으로 몇개를 더 얹어주기 바쁘다.
점심을 먹기위해 들른 한 순대국집에서는 옆에서 식사하던 한 중년 아주머니가 점심값을 대신 대고는 부끄러운듯이 달아났고 필름을 사려고 들렀던 가게에서는 주인이 6통의 필름을 거저주어 박 의원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좋은정치 알아본다”
박 의원들을 칭송하는 수식어는 찬란하기까지 하다.
어떤 교포는 「한국판 간디」라고도 하고,다른 교포는 「한국판 잠롱」이라고도 불렀다. 오렌지카운티 교포사회에 한마디로 「박경수 돌풍」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밝혔듯 「실세」도 아닌 농사꾼 출신 선량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돌풍」의 배경은 무엇인가.
박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한 교포는 『우리보다 가난한 의원은 처음 봤다』고했고,또 다른 교포는 『밭에다 거름을 직접 져다 나르는 박 의원은 천연기념물이나 ET(외계인)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그러나 『좋은 정치를 하면 국민이 알아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박 의원에게 이 돈을 전한다』며 금혼식 자금을 희사한 이춘석할아버지(78)와 이옥춘할아버지(76)이 말이 「정답」이라는 데에 교포들은 누구나 공감한다.
서울시 나성구라 불리는 LA는 선량들의 유람성 외유의 「정거장」 역할을 해왔다.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혹은 체류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실세」도 많았고 「실세중의 실세」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박 의원만큼 교포들의 환대를 받은 경우는 없었다.
민자당 재산공개때 꼴찌를 기록한 박 의원에게 보내는 교포들의 갈채는 어떠한 의원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가하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준 셈이다.
농촌총각들을 장가보내기 위해 연변처녀총각과 송아지분양사업 등을 91년부터 펼쳐온 박 의원은 지난 10일 2주간 일정으로 오렌지카운티 지역교포들의 초청을 받아 이곳에 온뒤 그 자신의 표현처럼 하루 하루를 구름위를 걷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농촌총각 장가 밑천”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전에 축사도 고치고 고랑도 더 깊이 파야하는데…』라며 시골집 걱정을 한 박 의원은 『이번에 모인 성금 전액을 송아지구입기금으로 투자,더많은 농촌총각을 장가보내야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로스앤젤레스 지사="박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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