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하는 북한무역|대남 반출량 54%늘어 작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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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의 92년도 대외무역국가별 동향은 독일 등 서구와의 교역량이 3억5천4백만달러로 전년대비 26·1% 늘어나고, 남한이 5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품목에서도 섬유류가 석탄·광석 등 광물을 제치고 제1 수출상품이 되는 등 북한의 지난해 무역구조는 뚜렷한 변화 조짐을 보였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최근 북한과 교역중인 50개국의 무역통계를 수집, 분석한 92년도 북한 무역동향을 간추려본다.
국가별 교역=북한 제1의 교역상대국은 역시 중국으로 교역량이 91년의 6억1천만달러(총 교역량의 23·6%)에서 6억9천7백만달러(28·1%)로 증가,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 주요 무역상대국이었던 러시아·동구와의 교역이 급감한데 따른 상대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러시아·이란·남한·홍콩·독일순으로 집계됐다.
남한과는 비록 간접교역이지만 반·출입이 경화결제로 이뤄지는만큼 일본에 이어 북한의 제2외화 획득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수출이 9억1천6백달러로 전년대비 3%가 줄었음에도 대남한 반출량은 91년의 1억6백여만달러에서 1억6천3백여만달러로 5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의 남북교역확대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별로 나눠보면 북한의 제1수출시장은 일본으로 전체수출량의 28·1%(2억5천7백만달러)를 차지했고, 다음은 남한·중국·이란·독일·러시아순으로 나타났다.
수입은 중국이 전체수입량의 34·8%(5억4천1백만달러)를 차지했고, 다음은 러시아·일본·홍콩 순으로 나타나 수출·입선이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대륙별 교역=지난해 북한 교역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줄어들었으나 서유럽·중동·아프리카 쪽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서유럽과는 전년보다 26·1%나 늘어나 북한이 서유럽과의 접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반증했다.
서구와의 교역증대에는 북한산 의류의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와 관련한 직물등 가공용 원자재수입도 늘어났다.
서유럽 국가 중 교역규모가 늘어난 국가들은 독일·스페인·프랑스·오스트리아·영국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러시아·동구와의 교역은 급감, 좋은 대조를 보였다.
특히 동구권과의 교역량은 2천3백여 만 달러로 전년대비 72·9%나 줄어 총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했다. 이는 동구가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교역대상지역이 되지 못하며, 밀월적인 경제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감소폭은 적지만 동남아 지역과의 교역이 줄어든 점(3억5천만달러로 전년대비 8·8%감소)도 주목된다.
지리적 인접성으로 전통적 북한 주요물자의 공급원이 됐던 동남아지역의 교역감소는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품목별 교역=지난해 북한의 품목별 동향중 가장 큰 특징은 의류 등 섬유제품이 크게 늘어 최대의 수출상품으로 등장한 점이다.
과거 주요 수출 상품이던 석탄·광석 등 광물류와 철강·아연 등 금속제품·화학공업제품은 감소현상을 보였다.
섬유부문이 급 신장한 것은 저임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조총련계 기업의 투자와 서방기업들의 임가공 생산주문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의류수출 증가에 따라 수입상품에서도 의류생산용 섬유사·직물·의류장식품의 수입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부족과 투자부진에 따른 설비노후화로 인해 92년도의 북한 공업생산이 전반적으로 하락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서 가장 민감한 품목인 원유는 중국·러시아로부터 각각 1백만t, 3만t내외를 들여왔으며, 이란 등 중동국가로부터도 상당량 수입했는데 정확한 물량은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80년 중반까지 소련·중국으로부터만 약2백50만t을 들여온 점을 비춰볼 때 현재 북한의 원유난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식량부족을 메우기 위한 곡물수입은 92년에도 계속되고 있으나 중국 편중현상이 심해 수입선이 단순화됐다.
91년에는 캐나다·호주·태국에서 쌀·밀을 다량 들여왔으나 지난해는 수입이 완전히 끊기고 대신 중국으로부터의 곡물수입이 약2·5배 늘어나고 CIS로부터의 대두가 2만t(전년대비 67%증가)수입됐다. <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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