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엔 우파정권" 확신|스페인 국민당 당수 아스나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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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국민당(PP) 당수(40)는 6일 실시된 스페인 총 선에서 40대 기수 론을 내걸고 스페인 민주주의와 경제부흥의 상징처럼 군림해 온 펠리페 곤살레스 현 총리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아스나르 당수는 비록 18석차로 곤살레스 총리에게 석 패했으나『4년 후 총 선에서 스페인 역사상 최초로 좌파에서 우파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스페인내전(1936∼39년)이후 약40년간 계속된 프랑코의 우익독재로 인해 우익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스페인국민들에게 아스나르는 우익정당을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총 3백50석 중 1백6석이던 국민당 의석을 1백41석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1백75석이었던 곤살레스 총리의 사회노동당(PSOE)을 1백59석으로 떨어뜨려 이번 총 선을 사실상 승리로 장식했다.

<무려 35석 늘어나>
이번 총 선은 처음부터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정치풍토 탓에 내각제이면서도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하는 아스나르 대 곤살레스의 인물대결로 압축됐다.
두 사람은 소속정당의 이념만큼이나 뚜렷이 상반된 개성을 갖고 있다. 아스나르 당수는 카리스마적 대중인기를 누리며 외향적 성격으로 타고난 웅변가인 곤살레스 총리와 달리 작은 체구에 소심하며 눌변이다.
대중유세와 TV토론에서도 곤살레스 총리가 격정적이면서도 자상하고 설득조의 스타일을 구사한 반면 아스나르는 준비된 대본을 읽어 내려 갔다.

<곤살레스와 상반>
그는 그러나 집권 사회노동당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궁핍재정을 통한 재정적자보전과 기업의 사유화를 통해 22%에 달하는 서유럽 최고의 실업률을 낮춰 가겠다고 역설, 젊은 층의 박수를 끌어냈다.
아스나르는 이번 총 선을 통해 파시스트·프랑코 주의자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데 성공, 차기집권 가능성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53년 마드리드에서 부유한 가정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스나르는 마드리드 대에서 법률을 전공한 뒤 세무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으나 78년「뜻한 바 있어」현 국민당의 전신인 국민연합에 가입했다.
4년 후 아빌라 주 카스틸리안 시에서 처음으로 의원에 당선돼 의회에 진출한 아스나르는 이어 87년 카스틸라 이 레온 자치주의 총리로 당선, 34세의 나이로 스페인 사상 최연소 지역정부 총책임자로 기록되면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스나르는 우익 국민당수에 추대된 후 마드리드·세비야·발렌시아 등 주요 도시 지방의회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을 물리치고 의회를 장악했다.

<국제지명도 낮아>
아스나르가 이처럼 단시일에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겸손하면서도 일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정력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정치무대에서 잘 알려지지 않고 외교에 대한 지식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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