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피터 서덜랜드 「가트총장」확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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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일랜드 출신의 피터 서덜랜드(47)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최고 사령탑인 사무총장에 선임 될 것이 확실시된다.
9일 GATT 특별회의에서 현 아르투르 둔켈사무총장 후임으로 추대될 서덜랜드는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공동체(EC)와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있어 무난히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80년에 취임, 두 차례에 걸쳐 재선되며 13년 동안 GATT를 이끌어온 둔켈총장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벽에 부닥쳐 오는 30일 퇴임한다.
서덜랜드는 자유무역의 신봉자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무역문제를 이해 당사국 정부지도자들과 동등한 자격에서 협상할 수 있는 기술적·정치적 능력을 고루 겸비했다는 것이 추천배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작은 나라인 아일랜드출신이라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GATT 사무총장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아일랜드 최대 은행인 AIB은행 총재이며 EC집행위원회 경쟁담당위원(85∼88년)을 역임한 서덜랜드는 당초 『가정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이유에서 사무총장직을 고사했었다. 그러나 자크 들로르 EC집행위원장과 아일랜드정부의 강력한 설득끝에 수락했다.
EC집행위원당시 「불독」이란 별명이 불은 서덜랜드는 EC에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이용, 역내 업체들간의 공개경쟁을 유도하고 자국 기업체에 대한 회원국의 불공정한 국가보조금 지급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특히 세계 굴지의 기업인 프랑스 르노자동차사와 영국항공(BA)에 맞서 국가보조금 철폐를 주장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GATT 대표들은 서덜랜드의 지명을 강대국들의 횡포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공동대응책을 논의하고 『EC와 미국이란 두 거인이 원하는 인물을 결정·통보하는 방식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소외돼온 일본도 은근히 불만을 표출하며 이를 거들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1백11개회원국의 합의로 결정되는 사무총장직은 유럽인 .들이 맡아온 것이 관례로 둔켈이 스위스인이며, 이에 앞선 2명의 선임자들도 각각 스위스와 영국출신이었다. 총장 아래 3명의 부총장도 전통적으로 미국·인도·중남미가 각각 하나씩 나눠 맡아왔다.
유럽과 미국이 서덜랜드를 밀고 있는 이상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며 사실상 서덜랜드로 굳어졌다고 보아야한다.
서덜랜드는 7년째 끌어온 UR협상을 미 정부의 신속처리기한(패스트 트랙)인 올해 말까지 타결 지어야 하는 무거운 「유산」을 떠맡아야 한다. 또 미행정부의 뚜렷한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EC 등 경제블록화에 대항, 자유무역의 GATT정신을 되살리고 침체된 세계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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