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탐사 새 장 열었다 취항 1년 온누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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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3월 인천항에서 성대한 취항식을 갖고 해양과학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그동안 제 몫을 다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해양연구소(소장 송원오)는 5일 해양연구개발 성과보고서에서 『온누리호가 지난 1년간 총 2백73일에 걸쳐 실해역에 투입돼 심해저 광물자원탐사와 대양항해 관측연구, 남극하계연구 등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동해기질탐사를 통해 한반도의 생성시기를 확인할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화산도를 발견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M&K조선소에 의해 건조된 온누리호는 1천4백22t, 전장 64m로 크기면에서는 선진국들이 보유한 3천t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통합항법장치 등 최첨단 항해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씨빔(Sea-beam2000)이라는 다중정밀음향측심기, 생물량음향측정기 등이 장착돼 항해성능과 함께 탐사장비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또 승무원과 연구원 41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승선능력과 40일간의 연속항해, 1만마일 이상의 항속이 가능하다.
한국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온누리호는 첫 탐사로 지난해 4월 21일부터 9월6일까지 4차에 걸쳐 1백20여 일간 실시된 심해저 광물자원탐사에서 망간단괴 등 수심 5천m 해저면의 광물자원탐사와 함께 7만5천평방km에 달하는 준 해양영토 개척이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탐사는 미래의 전략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상공자원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은 사업으로 동태평양의 C-C구역 심해저에 부존돼 있는 망간단괴를 개발하기 위한 광구 등록을 94년까지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지난해 11월16일부터 12월10일까지 1, 2차로 나누어 수행된 대양 해양관측연구에서는 진해∼동지나 해∼제주간을 항해하면서 쿠로시오해역에서의 해양의 기후변동 연구와 동중국해 퇴적분지 연구가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김기영박사팀(해저구조연구실장)은 해저면 수km까지의 지질구조를 규명해 앞으로 해저자원 탐사활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수행된 제6차 남극 하계연구는 세종기지 주변과 브랜스필드해협 주변의 해양지구물리조사와 남극 해양생태계의 기능과 역할 파악을 위한 천 해저 생태조사 등이 실시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대의 성과는 지난 5월 1일부터 16일까지 실시된 동해탐사에서 온누리호에 장착된 씨빔2000을 이용해 울릉분지 북측연변 해저에 존재하는 화산도를 국내최초로 발견한 것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지구물리학연구실의 석봉출 박사팀에 의해 수행된 동해탐사는 그 동안 수심이 깊어 엄두를 못 냈던 동해의 해저지질조사를 통해 한반도의 생성과정과 변동을 밝힌다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이번에 화산도와 울릉도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화성암의 실체와 울릉도 주변의 해저 윤곽이 일부 확인됨으로써 한반도가 울릉도와 비슷한 시기인 신생대 제3기말에서 4기초(3백40만년에서 1백60만년 전)에 생성됐다는 논리적인 추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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