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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턱수염까지 참견할 필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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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월 4일자 26면에 실린 정진홍 논설위원의 칼럼 ‘손학규의 턱수염’을 읽었다. 정 위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턱수염을 기르고 나선 것이 어설프고 어울리지 않으며 그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수염을 깎고 맨얼굴로 나서라는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르다. 이 글이 정 위원 개인의 생각이라 할지라도 언론이 특정 개인의 용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손 전 지사의 턱수염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내 견해다.

 손 전 지사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 모두의 행보는 지금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고착된 이미지는 변화무쌍한 정치 현실에서 효율적인 홍보 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특정 개인의 정책·성향·이념도 변하는 마당에 용모의 이미지 변화는 또 다른 자기 표현과 주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글 내용 중 에이브러햄 링컨의 턱수염은 멋있고 손 전 지사의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짓는 것은 주관이 너무 개입된 인상이다. 정 위원도 언급했지만 특정 정치인의 외모와 이미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자칫 정치생명과도 결부되는 것이기에 용모 평가는 자제돼야 하지 않을까. 외모가 신념과 의지를 포함한 내심을 보여주는 틀이라는 일반적 생각을 정치가에게 대입하면 국민이 잘못 판단하는 우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정치인의 관상과 성문(목소리 지문)도 성형 대상인 양 보도하는 일부 매체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물론 정치인의 지나친 이미지 전략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연 세련된 용모의 기준은 무엇인가. 섣불리 예단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정치인이 턱수염을 기르든 말든 그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이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