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관심은 적절한가(성병욱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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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세번째 미­북한 회담이 10일 열릴 예정이다. 2차에 걸친 회담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에서 후퇴하지 않아 아무런 진전없이 끝났다. 3차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NPT 잔류의사를 밝히지 않는한 회담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 부자체제 생존수단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와 관계된 문제일뿐 아니라 동시에 더 이상의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NPT체제와 직결된 문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이 선두에 서 있기는 하지만 핵비확산체제의 유지는 러시아·영국·프랑스 등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사다. 심지어는 북한의 후원국이라 할 중국까지도 비핵화 대원칙에는 다름이 없다. 다만 대북 압력이 아닌 대화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한 국제사회의 반대가 분명하기 때문에 남북한간에 입장 지지경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는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 따라서 문제는 지지획득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의 북한핵 반대­제재분위기를 어떻게 이성적으로 추스려 효과적인 핵개발 저지방안을 만들어 내느냐다.
그러자면 북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게 우선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의 핵무기 보유집념은 매우 강해 보인다. 북한은 60년대말부터 30여년간 핵개발사업을 해오면서 운반수단인 미사일 생산능력도 괄목할 정도로 발전시켰다. IAEA를 비롯한 국제적 핵·군사전문가들의 견해는 머지않아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핵개발태세가 핵을 외교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이라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들의 요구나 주장을 어느 정도 못들어줄 것도 없다.
그런데 단순한 카드가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체제의 생존전략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집념을 드러내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85년말 NPT에 가입하고도 IAEA와의 핵안전협정 체결을 6년이상 끌었다.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게 되자 협정을 체결하고 IAEA 사찰을 받기 시작했는데 의심받을 일이 생겨 특별사찰을 하겠다고 하자 아예 NPT탈퇴를 선언했던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일련의 태도는 핵무기개발 의도가 아니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IAEA사찰을 받으면서도 핵무기 개발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않자 아예 NPT탈퇴를 선언하게 됐다는 외에 다른해석이 어렵다. NPT탈퇴 선언을 하면서 IAEA의 특별사찰계획을 집중 비난한건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NPT잔류도 가능함을 내비친 것으로 봐야한다. 이는 미국처럼 북한에도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입장」(UCND)을 묵인하라는 메시지다.
○「복귀」해도 핵포기의문
핵무기 보유에 대한 북의 집념이 너무 강해보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설혹 NPT탈퇴를 보류하더라도 이것을 핵개발 포기로 받아들이는데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서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고,북한은 핵개발 추진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행여라도 북이 NCND를 누리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IAEA 특별사찰,남북 상호사찰 체제를 확립해 효과적이고 믿을 수 있는 감시체제를 갖춰 나가는게 긴요하다.
더구나 북한이 3차 미­북회담에서도 NPT탈퇴를 고집한다면 이는 핵무기 개발의사와 공식 재확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로 가는건 불가피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악화를 바라지 않지만,북의 핵무기 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도리밖에 없다. 북한은 안보리의 제재조치를 도발로 간주하고 자위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위조치가 무엇이냐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직 남한에 대한 무력공격까지 거론하고는 있지 않으나 그것을 배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태가 이렇게 되면 우리로서도 상당한 각오와 대비를 해야만한다. 우리측의 대비태세와 입장이 확고하면 오히려 제재조치까지 가지않고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으나,틈을 보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아무튼 북한 핵문제는 자칫하면 전쟁과 평화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지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적 컨센서스에 너무 구애되지 않는 지도자의 판단과 결단이 중요할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핵문제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앞으로 상당기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최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문제보다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이 어디있는가.<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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