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정국의 핵」/DJ 월말께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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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위상 제고·YS견제” 주목/정계개편설과 맞물려 거취촉각/“통일후 지도자” 겨냥 당분간 관망할듯
이달말 또는 7월초 귀국하는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의 향후 거취에 정계는 물론 일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입지가 약화될때로 약화된 민주당으로선 DJ귀국 자체가 위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연 김 전 대표가 끝내 정치와 벽을 쌓을 것인가』라는 의문은 다수 유권자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민자당내에서도 DJ귀국에 따른 향후 개혁정국의 추이,나아가 장기적 정계구도의 변화를 점치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의원은 최근 민자당 민정계 의원들로부터 『이럴 때일수록 DJ가 야당을 추슬러 여당과 균형을 이루며 개혁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성 조언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민정계 의원들의 이같은 부추김은 DJ가 김 대통령의 서슬퍼런 사정작업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속내의 토로다.
○“정치단절” 의문
김 전 대표 자신은 이같은 기대 섞인 주문과 정치재개에 대한 의구심에 한결같이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귀국을 하더라도 절대 국내정치에 관여치 않겠다』는게 김 전 대표의 일관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부터 자신을 찾아온 당직자·전남도의원 20여명을 면담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정치발언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내문제에 대해 충고성 언급을 했다.
○“이 대표 도와라”
그는 최근의 민주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일부 도의원들에게 『지금은 이기택대표를 비난할 때가 아니다』고 나무랐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선출한 이상 지도력을 발휘하고 당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전당원이 도와주어야지 다른 대안은 없다』는 말을 3∼4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도의원들이 계속 『선생님이 빨리 오셔서…』라고 채근하자 김 전 대표는 『그런 얘기는 하질 말라. 나는 이미 정치를 떠났다』고 일단 말문을 막았다. 그래놓고는 『하지만 내가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원임을 환기시킨 것은 언제든 당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일부 당원들은 받아들인다.
권노갑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와 당의 관계에 대해 『당이 자문을 요청할 때 김 전 대표가 적극 반응은 하지 않겠지만 참고할 수 있는 조언정도는 할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의중을 대변해온 권 최고의 이같은 견해표명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정치절연을 선언했던 김 전 대표가 귀국을 앞두고 귀국후의 거취와 활동목표에 대해 어느정도 융통성 있는 입장을 정리한게 아니냐는 시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김 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부분적으로 성과가 있으나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최근 방문기자들에게 『판단의 적기는 취임후 1년정도』라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당에 대한 절제된 관심을 보이면서 내년 상반기쯤 YS개혁을 평가하기까지 관망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귀국후 YS와의 회동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 거취와 관련,당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DJ행보는 통일대통령론이다.
대선패배직후 선거전략에 깊이 개입했던 한 전국구의원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라. 이제 남한에서의 대통령출마는 더 이상 명분이 없다. 통일후의 지도자만이 남아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듣고있던 김 전 대표도 진지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후 DJ행보는 「통일전문가」 이미지 구축에 진력해 당내에 이에 관한 설왕설래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지난달 동구권 방문지 루마니아에서는 몰도바와의 통일과정을 살폈고 동구권중 유일하게 체제변화과정에서 「유혈사태」를 겪었던 원인을 관찰했다. 구 동독에서는 흡수통일에 따른 재산권·실업문제 등 통일의 기회비용을 연구하고 한국 통일에의 적용방안을 탐구했다고 한다. 통일에 관련된 모든 노하우가 그의 꼼꼼한 메모로부터 컴퓨터 디스켓에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통일연구 심혈
당내 인사들은 『대선패배후 깨끗이 정계를 은퇴한 DJ이미지와 통일문제에 관한한 늘 선두를 달려왔던 그의 노력으로 볼때 금세기내 통일이 달성되면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서슴없이 꺼낸다. 물론 그들은 김 전 대표의 독자적 의사표시와는 전혀 무관한 얘기임을 강조하지만 은근히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DJ거취에 대한 당내인사들의 전망은 다양하나 추측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YS­DJ진영의 통합에 의한 신당창당론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측근들의 전언만을 들을뿐 무응답이었다고 한다.
아울러 총선공천·단체장선거 공천 등 황금알이 널려있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의 상당한 구조변화가 올것이며 DJ가 이때 당을 추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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