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 체질개선 “발등의 불”/양재찬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화증가율은 높은데도 실세금리가 오르는 자금시장의 이상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또 「돈 풀려 물가비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럴때마다 한국은행은 『통화관리 목표란게 별 의미가 없으며 총통화 1백조원시대에 그 증가율이 소수점 아래에서 조금 넘었다고 큰 일이 나느냐』고 반문한다.
한은 말대로 정말 이제는 그런 움직임에 신경써야 할 때는 지났는데도 정작 실제로 한은만큼 이 총통화계수에 얽매이는 곳도 없다. 금융시장은 날로 국제화·개방화돼 가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전체 통화(M₃:유동성)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총통화(M₂:현금+저축성·요구불예금) 계수에만 얽매일 것인가.
지난해 주식시장개방 이후 외국인의 주식매입자금 유입에 따른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올들어 5월까지 순수하게 국내에 들어온 외화자금이 21억4천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1년치(20억7천만달러)를 웃돌았다.
주식시장도 상승국면에 들어섰으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속 외화 보따리를 안고 들어올텐데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지금이야 외국인 주식취득한도가 발행주식의 10%지만 개방물결 속에서 더 확대해야 할 판이다.
신용카드 이용한도를 늘리자 5월 한달사이 총통화가 2천7백억원이나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완화나 금융서비스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어 통화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당국은 하반기로 예정된 2단계 금리자유화와 본격적인 금융자율화에 대비해야 한다. 통화계수 관리만을 고집하다가 하반기에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한은은 과연 어떤 자세로 나올 것인가.
결국 모든 상황은 이제 단순히 총통화계수만으로는 통화관리가 어려워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통화량보다는 금리를 중시하는 간접규제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채권시장도 단순히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에 의해 좌우되지 않게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한은은 최근 총통화계수가 올라가자 고작 내놓은게 총통화계수를 잠시 옮겨 놓아주는 효과를 내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발행한도 확대라는 「원시적 처방」에 그쳤다.
신경제 5개년계획(금융개혁)도 올해안에 중심통화(M₂)의 목표선정이나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경제가 회생의 갈림길에 선 중대한 시기다.
따라서 한은은 총통화계수 지키기에 급급하며 허둥대지 말고 더 늦기전에 통화관리 방식의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