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증두보(戱贈杜甫)’ -이백(706~762)
반과산 산머리서 두보를 만나니
눌러 쓴 삿갓에 햇발이 쨍쨍
그 사이 어찌 그리도 여위었느뇨
모두가 시 짓기에 골몰해서지
나는 가끔 이 시를 읽는다. 삿갓에 햇살이 반짝이는 것을 보는 이백의 눈이 지금도 느껴진다. 이 시의 핵은 삿갓에 반사되는 강한 햇발이다. 그래야 고단한 길을 걸어 반과산에 오른 수척한 두보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마(詩魔)다. 이 마를 만나지 못하면 시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만나면 균형을 잃으니 이것이 시 쓰기의 어려움이다. 11살 차이의 이백과 두보는 서로 꿈속에 나타났다고 한다.
<고형렬·시인>고형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