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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파급」 최소화 고심/포철 세무조사결과 무엇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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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증거 잘 안잡혀 박씨재산 역추적/정치보복 인상줄까 해명에 “진땀”
「정치보복」 여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세청의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는 1백10여일만에 결국 포철 및 계열사에 대해서는 7백3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박태준 전 회장에 대해선 형사고발 및 63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상당한 파문예상
이번 조사결과 포철에 대한 거액의 세금이 추징된데다 박씨는 형사고발까지 당함으로써 재계와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번 발표를 보면 정치보복이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듯 박씨 및 포철 문제와 관련한 파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일단락지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2월13일 정기 법인세 조사 형식으로 시작된 포철에 대한 세무조사는 그동안 이례적으로 30명이 넘는 대규모 조사요원이 투입된데다 포철 본사와 33개 계열사는 물론 47개 협력·거래회사까지 자금흐름을 샅샅이 뒤져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박씨의 비자금 조성여부와 규모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국세청은 그러나 박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며 계열사와 협력사로부터의 수뢰사실 또한 박씨의 재산을 역추적함으로써 부분적으로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또 당초 예상과 달리 박씨를 조세범이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수뢰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비자금 포착이 쉽지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박씨 개인의 재산을 역추적해 나온 자금을 세금추징이 아닌 수뢰로 처리하는 이상한 방법을 쓴 것은 비자금 불똥이 정치권으로 튀지 않는 범위에서 박씨 개인의 파렴치한 행위를 부각시킴으로써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세금추징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조정작업이 필요함에도 이처럼 종결을 서두르는 것 또한 파장을 줄이자는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곳곡 부동산투자
조사 결과를 보면 박씨는 자신의 명의로는 살고있는 주택 한채뿐이고 가족 또는 재산관리인이나 친·인척,제3자 명의로 2백82억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역시 다른 사람 명의의 주식·예금 등이 78억60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80년대 중반 이후 취득한 것만 파악한 것으로 실제 재산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중 계열사와 협력사로부터 받았다는 56억원의 단자사·은행 등을 들락날락하며 숱한 돈세탁과정을 거쳐 서울 신사동 소재 상가와 역삼동 소재 대지 등 부동산투자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철의 세금탈루 규모는 이회사의 연간 외형이 6조2천억원(92년)에 이르고 33개 계열사의 외형 또한 7조4천억원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공기업인 포철의 위상에 큰 상처를 줄것으로 보인다. 세금탈루 수법을 보면 포철은 비업무용토지를 업무용으로 위장해 회계처리하고 기술개발에 쓰지도 않은 비용을 기술개발비로 부당처리해 세액공제받는 한편 기밀비를 콘도구입 등 개인용 용도로 쓴후 비용처리했다.
공익법인인 제철학원의 경우는 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학교운영에 스지않고 계열사 투자에 주로 쓴 것으로 적발됐다.
○“무리수” 비판도
최근 5년간 이 학원이 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총 3천5백47억원으로 이중 32%인 1천1백34억원이 계열사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포철과 거래선 전반에 대해 저인망식 조사를 펼친 국세청이 당초 기대만큼 수확을 올렸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정기 법인세 조사중 개인에 대한 재산조사까지 하는 등 무리한 전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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