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아끼며 “역할” 고수/미 세계전략 수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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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동전 벌어지면 한국 현상유지/소홀한쪽은 「완전패배」 가능성도
빌 클린턴 미 행정부의 새로운 세계군사전략은 두곳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개입은 하되 비중을 달리하여 한쪽의 전쟁을 먼저 끝내고 그뒤 다른쪽에 본격 개입한다는 것이다.
냉전종식후 세계대전보다는 지역분쟁 해결에 군사적 목표를 두었던 미국은 부시 행정부때까지 세계의 두곳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나도 이를 동시에 승리로 이끌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군사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 국방부는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종전 군사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아래 새로운 세계전략을 연구해왔다.
클린턴 행정부의 고민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은 축소하지 않으면서 미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군사비를 어떻게 삭감하느냐였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두전쟁의 동시승리」라는 과거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두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12척을 주축으로한 해군력,육군 12개사단,24개 전술전략비행단 등이 필요한데 현재의 국방비 감축추세로는 이의 유지가 어렵다.
미 국방부는 군사목표를 두곳의 전쟁중 한곳으로 한정할 경우 항공모함 8척과 육군 8개사단,그리고 16개 전술전략비행단이면 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경우 미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윈­홀드­윈」 전략은 「2개 전쟁의 동시개입」과 「한 전쟁에만 개입」이라는 양 목표를 절충한 것이다.
미 국방부가 예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예를 들어 걸프전쟁이 재발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한반도가 다시 전쟁에 휘말릴 경우 우선 미국의 주력을 걸프지역에 투입하고 한국전선에는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육군과 공군을 파견,걸프전쟁을 우선 승리로 이끈 다음 걸프지역에 파견했던 병력을 한국에 재배치해 승리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이 시나리오는 우선 국방비가 「두곳의 동시승리」 전략보다는 적게 들고 미국의 세계적인 역할도 크게 축소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 전략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한 곳은 완전승리를 하고 다른 한 곳은 현상유지를 한다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병력투입이 소홀한 쪽은 패배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윈­홀드­윈」 전략은 「윈­루즈­리커버」(한 곳에서 이기고 다른 곳에선 패배후 회복) 전략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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