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전성기 맞고있다(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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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은 살아있다” 절반이상 믿어/동서구 모두 신자급증/교회·성직자에겐 불만
오늘날 기독교는 인류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전국여론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신앙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미국·유럽 등 13개국중 구동독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가 신의 존재를 인정했다.
특히 미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응답자의 90%이상이 『신은 존재한다』고 대답했으며,가톨릭의 뿌리가 깊은 폴란드와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88%와 85%가 같은 대답을 했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앤드루 그릴리목사는 『인류역사장 오늘날처럼 종교가 번성한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며 신앙활동을 탄압해온 유럽의 구공산권에서도 공산주의 몰락이후 종교활동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86년 조사에서 4명중 1명만이 『종교활동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3명중 2명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간다고 밝혀 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가는 종교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이에 대해 그릴리목사는 『이는 사회주의체제 아래서도 하나님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영생과 천국의 존재에 대한 믿음 또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동구(12%)·슬로베니아(33%)·이스라엘(42%)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과반수이상의 국민들이 신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천국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일랜드·미국·이탈리아·폴란드·영국·뉴질랜드 국민 2명중 1명 이상이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 국민들은 개인적으로 굳건한 신앙을 갖고 있는 반면 종교지도자들과 교단에 대해서는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종교집회에 참가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과반수도 안되는 국가는 응답자 열명중 아홉명이 신의 존재를 인정한 미국을 포함해 영국·뉴질랜드·독일·헝가리 등이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임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도 응답자의 52%만이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종교행사에 불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다. 미국에서는 5명중 2명만이 종교지도자들을 신뢰한다고 대답했으며 가톨릭 신앙을 지키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아일랜드에서도 기성교단에 대한 신임도가 41%에 불과했다.
또 이스라엘 국민의 4분의 3,폴란드 국민의 3분의 2,이탈리아와 구서독 국민의 절반이 『성직자들과 교회가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대답,종교지도자들이 세속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교단에서 가르치는 성문제도 조사대상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전성관계를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독일·헝가리·슬로베니아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혼외정사를 가질수도 있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서방의 향락주의」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폴란드에서조차 혼전·혼외정사와 동성연애가 널리 인정되고 있다.
낙태의 허용여부에 관해서는 아일랜드의 「불가」입장이 두드러졌을 뿐 다른나라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낙태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종교계는 『잠재적 신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지금 종교가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퇴조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시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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