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당 불신 그대론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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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이라고 지적받은 사람과 홍위병을 떠올린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았군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던 총선연대를 향해 '홍위병이 떠오른다'고 독설을 퍼부었던 소설가 이문열씨에 대해 이런 발언이 나왔다. 발언의 주인공은 당시 총선연대의 실무를 맡았던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 한나라당 '개혁공천을 위한 대토론회'에 나란히 토론자로 나온 두 사람은 4년 전 '악연'을 떠올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나라당의)몸체가 개판이고 환멸인데 공천을 제대로 한다고 해서 국민 마음이 얼마나 끌리겠느냐"(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서경석 공동대표), "토론회가 정치개혁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것 아닌가"(아주대 김영래 교수), "당내에서조차 '수구꼴통'이란 비판이 나오는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을 얘기할 자격이 있나"(여성민우회 김상희 대표)….

주제발표를 한 한나라당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자▶파렴치범 전력자▶부정비리 관련자▶경선 불복종자 등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비례대표의 홀수 순번을 여성으로 공천하고, 지구당 공천자 선거인단의 비율을 당원 10%, 일반국민 90%로 하겠다"는 '개혁공천'의 원칙들을 풀어놓았다. 토론자들 다수는 그러나 이 같은 개혁공천 의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이문열 위원이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았다고 해서 구성원이 개혁문제를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처럼 보수와 진보가 서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번 공천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수구기득권이 아닌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당을 두둔했다.

◆불출마 4명 합류=한나라당 유흥수(부산 수영).정문화(부산서).현승일(대구남).신영균(전국구)의원이 17대 총선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에서 내년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모두 16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나서기 위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주영 의원은 이날 이를 번복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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