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성토장 된 민주 연석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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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지하 대강당에서는 오랜만에 당가(黨歌)가 울려퍼졌다.

"힘차게 전진하리, 새천년민주당…."새해 첫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1백50여명의 당원에게 이 귀절은 묘한 감회를 가져다 주는 듯했다. 2년 전 이맘때, 턱없이 낮은 지지율에 헤매던 민주당은 당 쇄신책을 확정하고 대선 후보 국민경선의 깃발을 높이 들며 대역전 드라마의 서막을 열었다. 그 때 쉼없이 틀어댔던 게 바로 이 노래였다.

17대 총선을 석달 앞둔 지금, 민주당은 지지도 하락세와 당 재정 파탄이란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조순형 대표가 직접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파괴 기도가 시작됐다. 민생은 팽개치고 서민의 절규는 외면한 채 열린우리당 선대본부장 역할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또다시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盧대통령 성토 발언이 줄을 이었다. 이치호 전 의원은 "盧대통령은 선거법만 위반한 게 아니라 특가법상 횡령죄를 지었다"며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이 헌법과 법률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오규(부산 서구)위원장은 "오는 19일 창당 4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청와대 정문에 가서 盧대통령 성토대회를 열자"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오랜만에 원내외 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이게 돼 호남 물갈이론과 공천방식 등 당내 현안을 놓고 한바탕 격론이 예상됐지만 盧대통령 성토에 묻혀버렸다.

추미애 의원.장성민 전 의원 등 개혁.소장파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토론은 물갈이론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졌다. 김경천 의원이 "물갈이를 외치는 자가 바로 물갈이 대상"이라고 주장하자 자리에 남아 있던 당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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