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점진적 방식」으로(통독이 한국에 주는 교훈:3·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후유증」막는길/적정한 화폐교환이 충격흡수 열쇠/토지,소유권자에 국채보상 바람직/아세안·해외한인 참여한 「2+4+1+1」회담 필요
통일작업은 너무 서두르거나 성취를 위해 압박을 받아선 안된다. 통일은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평소 통일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가 일단 통일의 과정이 시작되면 정치적 결단과 경제정책이 주어진 여건과 완벽하게 맞물려 진행되도록 해야한다.
통일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남한은 10년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북한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GDP의 약 3%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남·북한간 생활수준이 평준하게 되려면 앞으로 30년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통일방식을 택한다해도 한쪽의 경제성장 기반 약화를 피할 수 없다. 남한 주민들의 저축이 사용될 것이며,외국에서 차관을 들여와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단순소비로 지출돼 경제기반 자체가 침식돼선 절대 안된다.
○남북 평준에 30년
공정한 화폐교환율을 선택하는 일은 통일의 성공을 위해 극히 중요한 요소다. 화폐교환에 있어 발생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이중통화제도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
임금은 단시일내에 평준화할 필요가 없다. 자유임금교섭도 제한돼야 한다. 북한에 자본소유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임금제는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
토지개혁문제는 전환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유권문제는 통일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원소유자가 살아 있다면 재소유를 인정하고 국유재산은 경매를 통해 사유화한다. 공공부문의 재산권 분배는 보증제도를 통해 행하며,재산권의 실제 행사자에 대한 보상과 전소유자에 대한 보상은 국가발행 채권을 통해 실시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유화의 목표는 지금까지 통제경제로 유지돼오던 사회에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유화 대상으로 우선 거론될 수 있는 것은 남쪽으로부터 대거 밀려올 것으로 기대되는 호텔등 관광·서비스 부문이다.
집단농장체제에서 개인영농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북한 집단농장에는 농부는 없고 농업노동자가 있을 뿐이다. 또 비료·농기구·장비,그리고 수송수단이 크게 부족해 사유화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산업정책은 통일후 부닥칠 각종 문제의 성격에 따라 조정·수립돼야 한다. 환경오염·실업·사회정의·경제력집중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 계획경제는 시장경제체제 아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개입·계획,그리고 필요한 자원이전 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도로·에너지·교통·통신·병원·학교등 사회간접자본과 공공시설을 신설 또는 보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시장경제체제 구축작업을 관장,그에 필요한 정책과 재정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 관리인·기업가·행정가들의 재교육 및 현장교육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남한의 법규와 행정절차를 북한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된다. 전환기 동안 북한에 맞는 새 법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주민의 남한으로의 재배치·이주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후 일정기간 북한의 법·화폐가 사용되는 특별구역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구역내에선 투자·고용에 있어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북한특구”고려를
한국이 분단에서 통일로 가기 위해선 분단된 현재 상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체계화,이를 현명하게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부실한 상황관리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분단상태는 통일을 향한 국민의 의지와 국민적 합의를 손상하지 않도록 관리돼야 한다.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남·북한 통일은 국제적 문제다.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설정하기 위해 우선 주변 강대국인 러시아·중국·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운명은 중국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미국과 동남아국가들은 바다 건너 이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중·러·일 4대강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통일한국의 군사적 자세 및 입장을 규정하는 데 있어 주변국가들에 한국의 평화 의도를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NPT 준수,더 나아가 독일이 폴란드에 대해 했던 것처럼 한국은 현재 국경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명확한 약속을 해야 한다.
독일통일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회원국들이 통일독일의 군사력규모·정치적 통일원칙 등에 대해 조언했다. 마찬가지로 한국통일에 있어서도 국제적 조언이 필요하다. 더욱이 독일은 통일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지 않았으나 한국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도 독일통일 당시 열렸던 2플러스 4회담과 유사한 시스팀을 구상해볼만하다. 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2+4+1+1공식이다. 남­북한·4대강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재외한인사회가 그것이다.
○국제지원 필수적
통일되고 안정된 한국은 동북아시아지역의 관심사일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한국통일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 분야에선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은 매년 세계 제1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미화 1천3백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자본을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일본은 한국통일의 경제적 후원자가 될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이같은 도움을 주면서 그들이 과거에 동북아시아·남아시아·태평양국가들에 대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불신감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정리=정우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