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진 교체/기구 축소설/속 불편한 기획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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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재윤 경제수석과 잦은 이견/“반론 불용”… 「신권위주의」 우려 우리나라 경제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경제기획원이 요즘들어 몹씨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경제 5개년계획 입안작업이 한참 진행중인데 실무 책임자인 강봉균차관보가 전격 교체되는가 하면,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유광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후임에 행시7회인 김선옥물가정책국장이 발탁돼 선배인 전윤철·권문용·이강우 등 세 상임위원(1급)의 처지가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로 형성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기획원 기구축소설이 밑도끝도 없이 흘러나와 가뜩이나 어지러운 분위기를 더욱 흐트려놓고 있다.
정부는 24일 강 차관보를 대외경제조정실장으로 보내고 후임에 김태연 대외경제조정실장을 발령,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강 차관보 교체설을 현실화했다.
차관보 교체는 과거 새 경제팀이 들어서 정책 기조를 바꿀때 흔히 있었던 일이고 이번 경우도 최각규 전부총리아래서 안정화 시책을 추진했던 강 차관보가 경기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경제계획을 계속 맡는다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신경제계획 입안과정에서 「말을 갈아탔다」는 점에서 이번 차관보 교체는 어딘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기획원 관계자들은 『신경제계획은 청와대 박재윤경제수석비서관과 기획원의 생각을 절반씩 섞은 혼합작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경제정책에 대해 자기나름대로 뚜렷한 이론을 갖고있는 강 차관보가 신경제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 수석과 부닥친 부분이 적지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신임 김 차관보는 기획업무의 핵심 파트인 종합기획과장이나 경제기획국장을 거치지 않아 과천청사 관리들은 그의 발탁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천 관변에서는 새로 구성된 이경식부총리­김 차관보­장승우기획국장의 「신경제팀」라인은 박 수석과 예전보다는 호흡을 잘 맞추겠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송희년원장의 전격 경질에 이어 이번 강 차관보 교체에서 볼 수 있듯이 박 수석에 대한 반론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권위주의」의 도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에 김선옥물가정책국장이 전격 발탁돼 한이헌위원장(행시 7회)보다 선배인 세상임위원을 내보내기 위한 인사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구구한 가운데 「선배들의 용퇴」로 기대됐던 승진인사도 진원지를 알 수 없는 기획원 기구축소설로 빛을 잃고 있다.
이 부총리는 『정권 초기에는 저쪽(청와대를 지칭)의 수압이 높기 마련이다』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나 과천 관변에서는 『기획원이 원설립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있다』는 해석이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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