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룡경정 일본 도주하다 붙잡혀/정씨 비호인물 폭로내용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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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의원 3명 등 20여명 관련” 신씨/오늘 아침 김포공항서… 지난 13일 미국 다녀와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덕진씨(53·구속)와의 연루혐의로 경찰의 자체 감찰조사를 받아온 전 청와대 민정비서실 파견 신길룡경정(57·서울경찰청 경무과대기)이 20일 오전 일본으로 몰래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 경정은 정씨 형제로부터 뇌물을 받고 슬롯머신단속 등 수사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경찰의 자체 감찰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해 왔었으며 이날 오전 9시30분 출발 대한항공 702편으로 일본 동경으로 출국하려다 김포공항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신 경정이 정·관계인사 20여명이 정씨의 비호인물이라고 폭로한 배경과 폭로내용의 진위,일본으로 출국하려한 동기 등을 조사중이다.
신 경정은 19일 『정계의 K·L·K의원,검찰의 J·S·L씨 등 고위간부와 전직 L·J씨,경찰의 현직 간부 K·Y·J씨 등과 전직간부 J·K씨,예비역장성 L씨 등 20여명이 정씨의 비호인물』이라고 주장했었다.
◇출국 소동=신 경정은 19일 서울경찰청에 당뇨와 고혈압을 이유로 휴직계를 낸뒤 잠적,20일 오전 8시10분쯤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일본 동경행 비행기표를 구입한뒤 대기중이던 공항경찰대에 붙잡혔다.
경찰은 신 경정이 지난 13일 미국에 취업중인 아들(30)을 만나고 16일 귀국한 사실을 밝혀내고 신 경정이 일본을 경유,미국으로 도피하려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도피이유 등을 집중 조사중이다.
신 경정은 비행기표를 사전에 예약없이 20일 오전 7시53분 공항으로 나와 구입했으며 경찰청은 19일 오후 전국 경찰에 신 경정 소재 확인전통을 내려보냈었다.
◇신씨 혐의=신 경정은 정덕진씨가 검찰에서 『90년 청와대에 근무중이던 신 경정이 미화 10만달러를 요청했었다』고 진술,정씨의 배후인물로 거론됐었다. 신 경정은 그러나 경찰 감찰조사과정에서 『정씨에게 돈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90년 청와대에서 사치생활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씨 형제가 거론돼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으며,이 사실을 정씨도 알아 배후는 커녕 정씨가 나를 원수로 생각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신 경정은 또 공무상 취득한 정씨 관계 사실을 언론 등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으나 본인은 이같은 폭로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경정 처리=경찰은 신 경정을 상대로 우선 정씨의 비호인물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의 명단을 알게된 경위와 정씨와의 연루여부를 감찰조사한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경찰은 그러나 신 경정의 이같은 폭로행위를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정씨와의 연루 혐의를 집중추궁하고 있다.
신씨는 슬롯머신 사건후 지난 17일 청와대 파견에서 서울경찰청으로 복귀해 대기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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