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어치 팔아 번돈 겨우 15원/제조업 “실속없는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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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부담커 10년내 최악/인건비 증가율은 “주춤”… 87년이후 최저/한은 3천66개기업 작년 영업분석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63원을 이자로 물고 겨우 15원을 남기는 실속없는 장사를 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거의 모든 지표가 지난 82년이래 10년사이 최악의 수준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1인당인건비 증가율은 노사분규가 심했던 87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풀 꺾임으로써 그동안 경쟁력저하의 두가지 주요인으로 작용해온 낙후된 기술과 급격한 임금상승중 한 가닥은 잡아가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월 전국의 3천66개 기업의 92년도 영업실적을 토대로 분석해 20일 발표한 9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전체기업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이 겨우 1.5%로 지난 82년(0.9%)이래 가장 낮았으며 일본(91년 3.4%)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반면 매출액 대비 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6.3%로 82년(6.6%)이래 가장 높았다.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것은 증시침체로 주식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조달이 어려워진데다 매출 부진속에 외상매출은 늘어나 그만큼 외부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차입금의 평균이자율은 지난해 하반기이후의 금리하락추세가 반영돼 12%대로 낮아졌지만 총자산중 외부차입금 비중이 47.2%에 이르러 매출액중 금융비용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그림과 표 참조>.
기업들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하자 설비투자를 꺼려 설비투자증가율을 나타내는 유형고정자산증가율이 전년말대비 10.9%로 91년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한은관계자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0년 마이너스성장이후 가장 낮은 4.7%로 이같은 경영환경이 기업의 활동과 수지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제조업의 수익성·생산성을 나타내는 거의 모든 지표가 나빠졌지만 인건비상승률과 금리가 낮아졌고 올해는 규제금리가 두차례 인하돼 올 하반기부터 기업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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